2024년 07월 04일(목)



이스라엘 '전폭 지지→신중 당부'…바이든 태세 전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31 14:37

‘인도적 재앙’ 국제사회 비난에 미 정부 내부 분열 조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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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UPI/연합)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4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하던 미국 정부의 입장이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는 쪽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이 처한 인도주의적 위기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진 데다 미국 시민사회는 물론 자기 진영 내부에서도 새어나오는 불협화음이 이런 입장 선회에 한몫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쟁 초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연일 통화하며 항공모함 전단과 전투기 등 군사력 이동 배치를 포함한 강력한 지원 의사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지상작전에 돌입한 뒤인 지난 29일(현지시간) 통화에서는 하마스를 상대로 한 반격과 자국민 보호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이 민간인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제인도법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0일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분명한 지지를 계속 표명하고 있지만, 그와 군사·외교 관리들은 테러 공격과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에 점점 비판적으로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지상작전 준비를 위해 가자지구 공습을 시작할 때부터 ‘처음엔 비공개로, 나중에는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에 비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패턴을 굳혔다고 신문은 짚었다.

이같은 입장 선회에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전 세계가 분노하는 데다 미국 내에서 반유대주의 사건이 급증하는 등 여론이 분열 양상을 보이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대인 단체인 반(反)명예훼손연맹(ADL)에 따르면 지난 7일 개전 이후 23일 사이 모두 312건의 반유대주의 사건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를 넘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난 27일 상원 의원 20여명이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집트·유엔 등과 협력해 가자지구에 연료를 공급할 것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촉구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을 잇따라 방문한 고위 당국자들이 하마스 제거 이후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행정부 내에서 이스라엘의 지상전에 의구심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를 전면 침공하는 대신 단계별로 군사 작전을 확대하는 식으로 공격 계획을 다듬은 배경에는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미국 언론은 본다.

전쟁 발발과 함께 좌초 위기에 처했지만 그동안 공들여온 ‘중동 데탕트’는 변함없이 단념할 수 없는 과제다.

NYT는 "바이든과 그의 참모들은 새로운 전쟁이 결국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 협의를 재개하는 길을 열어 줄 것이라는 희망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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