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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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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에너지+] 뇌졸중 예방, 금연·절주 '기본', 식이조절·운동 '필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06 08:20

심장혈관서 떨어진 피떡이 뇌혈관 막아

갑작스런 두통, 언어·시각 장애 전조현상



심장스텐트 설치 뒤에도 약물복용 계속

발병 골든타임 3~6시간 이내 치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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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이나 뇌출혈은 전조 증상을 잘 숙지해 빨리 병원으로 가는 것이 사망률뿐 아니라 후유증을 줄이는 관건이다. 신경과 전문의 조현지 교수가 뇌경색의 증세와 진단 및 치료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에너지경제신문 박효순 메디컬 객원기자] 60대 초반의 A씨는 당뇨병과 협심증(심장이 조이는 듯한 증세)이 있어 몇 년 동안 종합병원 진료를 받아왔다.

뇌혈관에 7∼8년 전에 아주 작은 꽈리(뇌동맥류)가 발견돼 같은 병원에서 1년∼1년 6개월 주기로 신경외과 의사의 진료와 MRI검사로 관찰을 하는 중이었다.

A씨는 순환기내과(신장내과)와 내분비내과에 정기적으로 다니며, 혈당 조절제 3가지와 혈전생성 방지제, 혈관 수축 억제제, 이뇨제, 콜레스테롤 억제 및 지질 저하제, 심장혈액 순환 개선제 등을 복용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많이 피로한 상태에서 겨우겨우 저녁식사를 하는데 밥알이 입의 한 쪽으로 새고, 발음이 어눌해지는 증세가 나타났다. 힘이 들어서 그런가 하고 누워서 심호흡을 하며 안정을 취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 식사는 그런대로 할 수 있었는데 발음이 어눌한 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주변으로부터 뇌졸중이 의심되니 빨리 진료를 받아보라는 권유가 있었다.

A씨는 속으로 ‘큰 일은 없겠지…’ 생각하며 오후에 자신이 다니는 종합병원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 의료진은 A씨의 증상과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우선 CT촬영을 처방했다. 별다른 이상 소견이 없었다. 2시간 정도 응급에 체류하며 혈액을 묽게 하는 약물을 투여받고 지켜보다가 이번에는 MRI를 찍어보기로 했다. 그 결과, 뇌의 작은 혈관이 막혀 발생한 소견이 확인됐다. A시에게 심하지 않은 뇌경색이 발생한 것이다.

응급실 가야 할 뇌졸중 일반 전조증상 유형
유형증상 내용
두통갑작스럽게 발생하거나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두통
시력 변화시력상실, 부분 시야 소실, 복시(겹치거나 흐려 보임)
언어 및 의사소통 문제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상대가 알아듣지 못함
균형과 조절 문제갑자기 균형을 잃거나 걸을 때 균형을 못 잡고 불안정
안면 마비 또는 근육 약화얼굴, 팔, 다리 일부분에 마비 또는 약화 발생
통증 또는 특이한 감각 변화통증, 저림, 뜨거운 느낌 등 감각의 변화


◇ 만성질환에 스트레스·피로 겹치면 뇌졸중 발병 위험 커져

A씨는 퇴원을 하고 싶어했으나 의료진은 입원해서 경과 관찰과 뇌경색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를 해볼 것을 강력 권유했다. 응급실에 간지 8시간 만에 신경외과 병동에 입원한 A씨는 2∼3일에 걸쳐 뇌졸중 관련 치료를 하면서 가슴 엑스레이(X-선), 심장초음파, 24시간 심전도(홀터 모니터링), 경동맥 초음파 등 여러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심장초음파에서 심장의 혈류 공급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심장CT를 찍어보니 심장혈관(관상동맥) 3개 중 2개는 40∼50%, 1개는 80% 이상 좁아진 것으로 나왔다. 심장CT의 정확도는 80% 안팎이다.

더 정확이 알려면 심장조영술이 필요하다. 검사는 가늘고 긴 플라스틱 관을 사타구니의 대퇴동맥이나 손목의 요골동맥을 통해 삽입, 혈관을 따라 심장에 도달시킨 뒤, 관상동맥에 혈관이 잘 보이게 하는 조영제를 투여한다. 그 후 X-선을 투영해 심장과 관상동맥을 촬영한다. 필요시 풍선으로 좁아진 부위를 넓혀주거나 스텐트(얇은 그물망)를 삽인하는 시술을 하게 되다.

A씨는 심장조영술을 통해 90% 정도 막힌 관상동맥 1 곳에 스텐트를 설치했다. 나머지 막힌 혈관은 약물요법으로 충분히 대처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됐다.

심장스텐트 설치로 A씨의 협심증 증세는 거의 사라졌지만 기존 약물은 그대로 복용한다. 다만 콜레스테롤 억제 및 지질 저하는 용량을 기존의 2배로 올렸다. 뇌기능 회복에 필요한 약물이 추가됐다.

A씨에게 뇌경색이 발생한 원인은 심장 혈관에 쌓인 죽처럼 끈적끈적한 기름기가 굳어서 생긴 혈전이 떨어져 나와 뇌로 올라가 뇌혈관을 막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아주 작은 혈전이어서 작은 혈관에 막힌 것이다.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해 혈압의 변동이나 일시적으로 생긴 부정맥이 혈전이 떨어져나간 원인으로 분석됐다. 전문의들은 1차로 뇌경색이 발생하면 그 상태에서 그칠 수도 있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2차, 3차로 뇌경색이 계속 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에 가서 진료와 정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소 흡연, 음주, 짜고 달고 기름진 음식 선호, 운동 부족 같은 잘못된 생활습관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을 스트레스와 피로가 더해지면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하루 일교차가 10도 이상으로 심하게 벌어지거나 갑작스러운 추위가 찾아오면 인체 혈관이 수축돼 평소보다 혈압이 높아지거나 불규칙해지면서 심장이나 경동맥 등에 늘어 붙은 혈전이 떨어져 나가기 쉽다.

뇌혈관을 막는 뇌경색뿐 아니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등 뇌졸중 위험에 빨간불이 켜진다. 뇌출혈은 나이가 들면서 신체가 노화하면서 점차 약해진 뇌혈관도 영향을 준다.

뇌졸중 예방에는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에 철저한 관리와 금연, 절주가 기본이다. 식이 조절과 적절한 운동 또한 예방에 필수이다. 나트륨과 포화지방의 과도한 섭취를 줄이고 열량 과잉이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짜고 달고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불포화 지방산이 많은 견과류나 생선, 칼륨이 많은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 증상 전까지 인지방법 없어…가족력 있으면 예방 관리 및 CT·MRI 검사 필요

뇌경색은 혈류 공급이 중단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심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치료의 ‘골든 타임’은 3~6시간이다. 이 시간 내에 막힌 혈관에 혈전용해제 정맥내주사를 투여하거나 혈전을 물리적으로 제거하고 혈관을 다시 개통하면 비가역적인 뇌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뇌졸중이 본격 발병하기 전 전조증상을 빨리 알아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출혈이 일어나면 대개 뇌경색보다 더 위험하고, 따라서 골든 타임도 더 빨라야 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조현지 교수(신경과)는 "뇌졸중은 위험신호를 제대로 알고 관리함으로써 충분한 예방이 가능하고, 전조 증상 발생 시 빠른 진단과 진료를 통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뇌졸중 초기에는 두통, 언어장애, 편측 장애, 시각장애 등 증상이 ‘갑작스럽게’ 생긴다"면서 "예를 들어 어제 잠들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갑자기 발음이 어눌해졌다거나, 아침에 일어나 식사 준비할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식사를 다 하고 갑자기 오른손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든지 하는 것이 ‘갑작스럽다’는 것"이라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뇌졸중은 구체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뇌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예방을 위한 생활 관리는 물론 조기 발견을 위해 40대, 50대에 뇌혈관 CT, 뇌혈관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 등을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증상 뇌경색 소견이나 뇌혈관 협착이나 뇌혈관 꽈리 같은 것이 발견되면 기존 치료에서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가족력이 없더라도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흡연, 비만은 ‘뇌졸중 5적’인 만큼 나이에 상관없이 2년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 등을 통해 건강 수치를 확인하고 건강관리와 치료에 항시 신경을 써야 한다.


박효순 메디컬 객원기자 anyto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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