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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민의힘, 간판 바꾸고 혁신위 출범했지만 여의도 반응은 ‘글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05 15:04

오세영 정치경제부 기자

오세영 기자수첩
"간판만 바꾼다고 새로워지는 게 아니다. 혁신을 외치려면 본인들의 몫부터 내려놔야 한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최근 ‘김기현호 2기’를 구성하고 혁신위원회까지 출범했지만 정치권 안팎의 여론은 이처럼 싸늘하다. 여론의 냉랭한 시선은 혁신위 안건에도,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밀어 부치는 ‘김포-서울 편입론’까지 찬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 안팎으로는 당 지도부 사퇴론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는 "총선 패배 시 아예 정계를 떠나겠다"는 배수진을 친 채 지명직 당직자만 바꾼 ‘2기 지도부’를 구성했다. 식당 주인이나 레시피는 그대로인 채 간판만 바뀐 셈이다. ‘공천 사령탑’이 될 사무총장에는 대구·경북(TK) 지역의 친윤석열(친윤)계열인 이만희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에는 이철규 전 사무총장이 올랐다. ‘윤심 공천·회전문 인사’란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겠다며 ‘2기 지도부’와 혁신위를 꾸렸지만 내놓는 안건마다 ‘갑론을박’이 따르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는 진정한 혁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혁신위 명단이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당을 위해 일했고 앞으로도 당에 건강한 쓴소리를 해 줄 젊은이들을 외면했다는 평가도 나왔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1호 안건’으로 당내 통합을 내세운 ‘대사면’ 이어 ‘2호 안건’으로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당헌당규 명문화 △국회의원 세비 삭감 및 국회의원 구속 시 세비 전면 박탈 및 본회의·상임위원회 불출석 시 세비 삭감 △현역의원 평가 후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 4개 안건을 의결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당 지도부, 중진, ‘친윤’은 불출마하거나 험지인 수도권에 출마해라"는 요구도 강력하게 했다. 중역을 맡은 당내·원내 인물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취지지만 정작 혁신위원장과 위원들은 자신들의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공천 룰이 될 수 있는 안건을 내놓고 있다.

국회의원을 보좌해야 하는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국회 보좌진 축소’ 안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크다. 일부 보좌진들은 "일부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국회의원 보좌진 수가 많다는 건 알지만 갑자기 그 규모를 줄이는 건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쓸데 없는 일을 줄인다면 몰라도 지금 보좌진 세계의 상황에서는 규모를 줄이는 게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당 지도부가 당론으로 꼽은 ‘김포-서울 편입론’ 역시 당내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 당 관계자들은 "정말로 김포시가 서울시에 편입이 되냐 안되냐를 떠나 국면 전환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평론가들은 "실제로 각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섣부른 판단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집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나가서도 기를 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여야 대립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총선을 이겨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면 당내 통합이 우선이다. 당내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안건의 추진력이 생긴다. 하지만 정작 지도부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음에도 무늬만 탈바꿈에 그쳤고 혁신위는 당내 의견 조차 설득하지 못할 안건들을 내놓기 바쁘다. 국민의힘은 민생과 정책을 책임지는 여당인 만큼 표면적인 ‘혁신’과 ‘개선’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그리고 다수가 공감할 만한 정책을 개선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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