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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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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에너지+] 빈대의 출몰…모기보다 더 가렵고 긁으면 '피부감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12 16:30

■ 사라졌던 빈대 귀환에 국민 불안…증상과 대처



동시다발 물리면 고열 위험…다른 질병 옮기지 않아



1회 흡혈량 모기의 5~10배, 붉은 반점 부위도 더 커



1주일 지속땐 병원 처방 필요…시설 전체방역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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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에 피부를 물리면 모기에 물린 것보다 큰 붉은 반점과 부어오름이 생기고 심한 가려움증 등이 유발될 수 있다. 체외 기생충 피부감염 분야의 권위자인 중앙대병원 김범준 교수가 외래 진료실에서 벌레에 물린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의 피부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중앙대병원


[에너지경제신문 박효순 메디컬 객원기자] 국내 여러 지역에서 빈대가 출몰하고 있다. 거의 사라진 것으로 생각됐던 빈대의 귀환에 국민이 불안해 하는 가운데 방역당국이 빈대퇴치 작전에 돌입했다.

일단, 빈대를 발견하면 ‘빈대 국민콜(국번 없이 110)’이나 지역 보건소로 연락하면 된다. 현재 전국에 걸쳐 빈대 신고가 이어지자 정부는 ‘전국 빈대 합동상황판’을 운영 중이다.

빈대가 전 세계에 분포해 서식하고 있어, 최근 국내 빈대 발견이 기존에 서식하던 빈대가 다시 활개를 치는 것인지, 아니면 해외에서 급격히 많이 유입됐는지, 또는 앞의 두 가지 모두 해당되는 지 아직 대규모 역학조사나 유전자 검사가 시행되지 않아서 판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최근 국내에서 발견되고 있는 빈대는 납작한 타원형 몸통에 다리는 6개이고 길이는 6~9㎜ 정도다. 빈대는 주로 실내 어두운 곳에서 알을 까며 번식한다.

대략 유충으로 6~8주, 성충으로 12~18개월을 산다. 감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물려서 흡혈을 당하면 피부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면서 가려움이 유발된다. 모기에 물렸을 때보다 더 가렵고 빨갛게 붓는 면적도 더 넓다. 특히, 빈대 여러 마리에 동시에 물리면 몸 여기저기에 물린 흔적과 함께 고열이 발생할 수 있어 빈대 방역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관련 학계에 따르면, 빈대는 따뜻한 실내에서 번식을 잘 하고, 집 안의 오래된 가구· 침구류·소파 등의 틈새에 숨어 산다. 피부 안에서 기생하는 옴(옴진드기)나 모낭충, 머리나 몸(속옷)에 붙어사는 머릿니·몸니 등과는 달리 피부 밖에서 활동하며 피만 빨아 먹고 다시 서식지로 돌아가는 습성을 보인다. 한 번 흡혈하는 양이 모기의 5∼10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대는 사람들이 발산하는 신체의 열과 이산화탄소에 이끌려 숨어 있는 곳에서 밖으로 나오게 된다. 따라서 인구밀집도가 높으면 유인요소가 더 많기 때문에 쪽방촌 등 주거 취약시설이나 기숙사 등에서 집단 발병 위험이 높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빈대는 밀집도가 높고, 환기나 위생이 취약하면 더 잘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특별한 질병은 옮기지 않아 위험성은 적은 편이지만, 모기보다 더 오래 많은 양의 피를 빨면서 혈액을 묽게 하는 분비물이 피부에 더 많이 침투하므로 더 심한 가려움이 있을 수 있고, 물린 부위와 주변을 긁다가 2차 피부감염이 생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빈대가 발견되면 개별 방을 소독해도 옆방이 소독 안 되면 박멸이 어렵기 때문에 전체 방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빈대는 이불을 덮거나 옷을 입을 경우 노출되는 부위인 팔이나 다리, 얼굴, 목 등을 주로 공격한다. 혈관을 잘 찾지 못하기 때문에 2~3곳을 연달아 물어서 원형이나 일렬로 물린 자국이 피부에 남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극성인 모기에게 물린 자국으로 오인하기 쉽다. 물린 자국은 물린 후 수 시간부터 피부에 드러나는데, 작은 자국만 보일 수도 있고 자주색 납작한 반점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

간혹 가려움을 동반하면서 가운데 작은 구멍이 있는 붉은 반점, 딱딱한 붉은 구진 형태(피부 표면에 돋아나는 작은 병변), 혹은 두드러기 발진으로 나타나는 수가 있다. 아주 드물게는 물집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 젊은이들보다 감각기능이 약해진 노인들에서는 증상이 발생하는 빈도가 덜하다.

김범준 교수는 "빈대 물린 증상이 나타나고 자국을 발견했다면 일단 물과 비누로 해당 부위를 깨끗이 씻고, 1주일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는다면 병원을 방문하여 정밀한 진단과 함께 항히스타민제나 바르는 습진연고 등을 처방받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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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서식하는 빈대와 알· 배설물의 흔적. 사진=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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