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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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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 역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0 08:10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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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무역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양국간 무역전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을 대중국 반도체 통제에 끌어들이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면서 자국 기업의 이익마저 희생시키고 있다. 반도체 통제는 반도체 칩과 반도체 제조설비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생성형 인공지능(AI) 고성능 반도체 뿐만 아니라 일반 반도체까지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도가 낮고 반도체가 첨단 산업에 핵심 부품인 점을 감안할 때 중국 첨단 산업은 그야말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과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가 중국의 첨단 제조업과 AI 등 미래산업을 약화할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반도체 통제는 단기적으로 중국의 한국 반도체 추격을 늦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한중 반도체 격차를 계속 확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가 강화할수록 중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지원은 크게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및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은 중단하면서 반도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제재를 받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한때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잘못 지원해 먹튀기업을 양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검증된 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 SMIC(중신궈지)라는 기업은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해 화웨이 스마트폰에 장착했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상이 크게 떨어진 화웨이는 애플을 넘어 다시 1위 자리를 회복하기도 했다. SMIC는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지만 수율이 매우 낮아 생산할수록 적자를 보지만 중국 정부의 보조금 덕분에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SMIC는 보조금에 힘입어 생산을 늘리면서 수율을 점차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회사인 YMTC(양쯔강메모리테크놀로지)는 232단 3D 낸드플래시를 출시했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갖췄다고 한다. YMTC의 232단 낸드 제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견주어 별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MIT라 할 수 있는 칭화대 전자공학과 연구진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엔비디아의 주력 AI 반도체 A100보다 3000배 빠른 저전력 고성능 AI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또 화웨이는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회사로 잘 알려졌지만,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반도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의 최대 검색엔진 기업인 바이두는 미국의 통제로 AI 칩을 조달하기 어려워지자 화웨이에 910에센드(Ascend) AI 칩을 대량으로 주문했다. 어센드 칩은 화웨이가 엔비디아 A100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제품이다. 바이두는 챗GPT의 대항마로 AI 챗봇인 ‘어니봇’을 출시하면서 GPU반도체가 대거 필요한 상황이다.

반도체 칩 뿐만 아니라 반도체 장비에서도 중국의 국산화 비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통제로 해외 반도체 설비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중국 반도체 설비 주문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파운드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메모리, 파운드리, AI반도체, 팹리스(설계), 생산설비 등 전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언제까지나 반도체 칩에서 중국에 절대적인 우위를 유지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의 반도체 통제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국산화 속도를 높여 한중 반도체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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