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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이준석 대항마?…與, 李 신당창당 '바람빼기' 나서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1 15:57

이준석, 신당 가시화로 與와 사실상 결별…한동훈 내년 총선 출마 기정사실화



한동훈, 대구·대전 이어 24일 울산 방문 예정…이준석, 온라인 연락망 구축 등



여권내 '한동훈 출마설' 반기는 분위기…"출마 가능성 70% 큰 역할 검토할 것"

한동훈-side

▲한동훈(왼쪽)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전 대전광역시 한국어능력 등 사회통합프로그램 CBT 평가 대전센터 개소식에 참석, 차에서 내리며 지지자들에게 환영 받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0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하태경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윤석열 정부 ‘스타장관’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여권 내에서 ‘이준석 신당’을 견제할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윤 정부와 당을 압박하면서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을 다지는 분위기를 만들자 국민의힘에서는 한 장관을 견제구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한 장관을 앞세워 이준석 전 대표가 선점한 당 쇄신·세대교체 등을 이끌도록 해 이 전 대표 신당 추진에 대한 ‘바람 빼기’에 본격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한 장관은 최근 전국 지역을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한 장관의 역할론을 암시하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한 장관은 총선 출마에 대한 질문에 "의견은 많을 수 있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상태다.

한 장관은 21일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평가 시스템인 대전 한국어능력평가센터(CBT) 개소식에 참석했다.

한 장관은 총선 출마설과 관련해 "이미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제 일에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한 장관의 문법이 여의도 문법과 다르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여의도에서 300명만 공유하는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문법이라기보다는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며 "나는 나머지 5000만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보수 텃밭인 대구를 방문했다. 한 장관측은 대구·대전 방문과 관련 법무부 현안 관련 관례적인 지역 순회 방문이라며 정치행보란 관측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 장관은 이날 대전 방문에서도 지난 대구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현지 유권자들과 기념 사진 촬영 등 사실상 정치행보를 했다. 한 장관은 오는 24일에는 울산도 방문할 계획이다.

정치적 발언도 거침 없이 쏟아냈다. 지난 17일에는 강력 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대구스마일센터’와 달성 산업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구 시민들을 대단히 깊이 존경해 왔다"고 했다. 그는 "대구 시민들이 6·25 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에는 한 장관의 배우자인 진은정 씨(대검 공안부장 출신으로 1999년 조폐공사노조 파업유도 의혹 사건에 휘말렸던 진형구 전 대전고검 검사장의 딸)가 서울 대한적십자사 봉사활동을 통해 한 장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계 안팎으로는 대통령실이 한 장관의 후임자 검증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이 전 대표가 연일 지도부와 각을 세우며 세 불리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한 장관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9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12월 27일까지 (국정 기조에) 큰 변화가 없으면 신당"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온라인을 통한 지지자 연락망을 구축해 사실상 창당 발기인을 모집하는 등 창당 움직임도 구체화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과 더 긴밀하고 신속하게 교류하기 위해 연락망을 구성하려고 한다"며 이름과 성별, 거주지, 휴대전화 번호, e메일 주소 등을 수집하는 온라인 신청 링크를 올렸다.

다음 날 "자고 일어났더니 하루도 안 돼 정말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에 따르면 지지자 연락망 구축에는 2일간 3만5000명이 넘게 참여했다.

이 전 대표가 이처럼 신당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한 장관의 등판이 어떤 효과를 낼지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주류는 한 장관의 정계 내 인기가 올라갈수록 ‘이준석 신당’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다. 여권 내에서도 한 장관의 출마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김포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한 뒤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과 관련해 "한 장관이 가지고 있는 많은 훌륭한 자질이 대한민국을 위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변인을 역임한 유상범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한 장관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7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한 장관이 어느 지역구에 가서 출마하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다"며 "비례든 아니든 간에 총선에서 역할을 한다면 훨씬 더 큰 비중의 역할을 맡기는 것을 당 지도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에 대해 "환영한다. 그런 경쟁력 있는 분들이 와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굉장히 신선하고 너무 좋은 분"이라며 "아주 합리적인 분이다. 젊지만 내가 존경하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는 이 같은 당내 기대심리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협력할 수 있는 ‘동지’ 가능성을 언급하는가 하면 ‘긁지 않은 복권’이라며 궁금증도 나타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여의도 렉카’ 출판기념회 행사장에서 "당에 개혁적으로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보여준다면 하태경, 이준석, 한동훈이 동지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17일에는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법조의 커리어에서 보면 최정점에 있는 분이고 정치적인 면에 있어서는 긁지 않은 복권 같은 존재"라며 "한 장관도 이제 매력적인 정치 캐릭터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서 본인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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