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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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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의 메디피셜] 돌연변이 치료항체에 찔린 ‘마루타’ 환자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6 17:00

신약개발 국책과제 '불법의혹' 식약처 대응 논란



"부작용 없었다, 공소시효 지났다" 변죽만 울려



연구자·제약사대표 조사 제대로 했는지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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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메디컬 객원기자


"동 건의 임상시험 대상자 안전과 관련하여 임상시험 실시기관을 실사한 결과 시험약과 관련한 중대한 이상반응 또는 특이사항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동 건의 처분 가능성은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행정처분의 실효성이 없다는 법률자문 의견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임상정책과에서 대변인실을 통해 전한 짤막한 답변이다. 국가연구비가 20억원 이상 투입된 임상시험 부정·불법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후 약 100일 만에 나온 입장이다.

급성백혈병 환자들에게 투여된 약제에서 단백질 변형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도 1년 이상 임상을 계속하고, 그 사실을 보건복지부, 식약처,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임상 수행 의료기관 등에 일절 알리지 않아 그야말로 ‘모두를 속인’ 중대사안에 식약처 임상정책과는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 것일까?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업-급성백혈병에 대한 신규 항체치료제 DNP001의 임상 1상 개발’ 국책연구의 부정·불법 의혹은 지난 8월 초에 경향신문 등의 보도를 통해 전말이 상당 부분 드러났다.

이 신약개발 사업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임상 1상이 진행됐다. 임상 1상은 약물의 안전성과 부작용을 주로 살펴보게 된다. 현재는 금호HT에 합병된 신약개발 벤처기업 다이노나가 사업 주체이며, 범부처 국책연구비 20억 2000만원을 포함해 40억 4000만원이 들어갔다.

당시 연구책임자는 현직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 정경천 교수(병리과)이다. 정 교수는 2016년 4월 8일 단백질 돌연변이 발생 및 중대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사실을 스승인 당시 박성회 서울대 의대 병리학 교수의 추궁 끝에 실토했다. 박 교수는 즉각 임상중단을 지시했으며, 결국 그 해 7월 말 임상은 별다른 성과 없이 조기 종료됐다.

정 교수는 2016년 8월 5일 박 교수에게 보낸 메일에서 이 문제에 자신의 책임이 있음을 언급한다. "000문제는 임상시험 중단 과정에서 일이 커지면 회사에 누가 되고 제가 형사책임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해임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하고 있습니다. 어떻든 잘못했으니 책임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000 임상시험이 종료되는 대로 다이노나 이사 및 연구소장직은 사임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자신이 연구소장으로 겸직하고 있었던 신약개발 벤처기업 다이노나의 송형근 사장에게 다음과 같이 밝히기도 했다.

"DNP001 임상진행 현황에 대해서 박성회 선생님께서 어제 귀국 후에 제게 전화로 자세한 사항을 물으셨고…. DNP001 임상시험은 빨리 접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 전에 여러 가지 경영상의 이유로 제 의견을 강하게 말씀드릴 수 없었지만, 상장도 일단 철회하기로 하였기에, 지금이라도 정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욱이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DLT까지 발생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 같아서 심히 우려됩니다."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백혈병 치료항체 DNP001은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을 정년퇴임하고 5년간 서울대 석좌교수를 지낸 박성회 교수가 원천 특허를 가지고 있는 제에엘원(JL1)의 키메라항체를 말한다. DLT는 투여제한독성을 뜻한다.

정작 식약처가 따져야 할 문제의 핵심은 (부작용 발생이나 공소시효 만료 같은 것보다는) 임상시험 치료제의 문제점을 모두에게 숨긴 채 생명이 스러져 가는 백혈병 환자들에게 주삿바늘을 찌른 행위 그 자체다.

예를 들어, 만약 코로나19 백신에서 다수의 돌연변이가 생겼음에도 이를 숨기고 주사했다면 말이 되는가?

임상시험 실시기관 또한 돌연변이 발생 사실을 모른 채 적법하게 임상을 수행했다. 여기도 피해를 입은 곳이다. 제대로 실사를 받아야 할 대상은 당시 연구책임자와 회사 대표다.

식약처에 이번 기사를 통해 공개 질의한다. 첫째,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항체의 실상을 감추고 다수의 환자에게 주사한 경우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면 어떤 처분을 내릴 건가? 둘째, 잘못된 단백질일 가능성이 높은 치료제를 주입했는데 눈에 띄는 부작용이 없으면(발견 안 되면) 문제가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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