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7일(월)
에너지경제 포토

서예온

pr9028@ekn.kr

서예온기자 기사모음




편의점 '용량↑ 가격↓' 逆슈링크플레이션 통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2 18:30

고물가 불황형 소비 확산에 가성비 PB상품 매출 쑥



GS25, 용량 늘리고 가격 내린 990원 PB용기면 인기



이마트24 중량 24%↑ 스넥, CU 가격↓ 라면도 출시

2023112201001328800065751

▲이마트24가 이달 15일부터 판매 중인 역슈링크플레이션 상품 ‘아임e 진지한 풍미, 빠다팝콘’.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편의점들이 최근 용량을 줄이고 가격을 유지하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 합성어)에 반하는 ‘용량 업(up), 가격 다운(down)’의 역주행 상품을 잇따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제조 및 유통 기업들이 제품 용량은 늘리면서도 가격을 인하 또는 유지하는 사례는 좀체 드물다. 그럼에도 편의점들이 ‘역(逆)슈링크플레이션’ 출시 정책을 구사하는 이유는 전국의 수많은 점포를 기반으로 탄탄한 유통망을 구축한 데다, 고물가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만족) 상품을 선호하는 불황형 소비 확산에 가격을 크게 낮춘 자체 브랜드(PB) 상품업상품이 기존 NB(제조사 브랜드)과 견줄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면서 제조사를 상대로 한 ‘바잉파워(구매력)’가 커졌기 때문이다.

22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GS25는 이날 물가안정 콘셉트로 기획한 PB 용기면 ‘유어스면왕’(면왕)을 출시했다. 면왕은 편의점 유사 NB(제조사 상품) 용기면(소컵 기준 용량 86g,가격 990원) 대비 용량은 22% 늘리고 가격은 1000원 아래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GS25는 면과 건더기를 넉넉히 늘리는 방식으로 ‘면왕’ 제품 무게(중량)을 105g까지 키웠다. GS25가 최근 3년간 용량을 늘리면서도 가격은 유지하는 역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을 출시한 것은 출시한 것은 처음이다.

이마트24는 이보다 일찍이 역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 15일부터 ‘아임e 진지한 풍미, 빠다팝콘’과 ‘꼬깔콘 고소한맛·군옥수수맛’을 업계 단독으로 판매 중이다. 해당 상품은 소비자가 즐겨 찾는 스테디셀러 스낵의 중량을 24% 늘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끌어올린 상품으로 가격은 기존과 동일한 1700원이다.

역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이 아니어도 편의점들이 제조사들과의 협업 또는 상품 구성을 차별화해 가격을 대폭 낮춘 PB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사례로 CU 초저가 PB상품 ‘HEYROO 득템 시리즈’ 중 라면 상품 ‘라면득템’(5입 2400원·판매량 420만개)은 1개당 400원꼴로 CU에서 판매하는 라면사리(500원)보다도 저렴하다. 현재 전체 득템 시리즈 상품 중 ‘핫바’(판매량 730만개)에 이어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CU는 가격은 낮췄지만 맛과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편의점업계 최초로 라면 제조사 삼양식품에 제조를 맡겼다. 라면 레시피에는 BGF리테일 상품 기획자가 직접 개발에 참여해 대중적인 맛의 쇠고기 국물 라면을 만들었다.

편의점업계의 역슈링크플레이션 마케팅 진행 배경에는 원재료비 증가에도 정부의 가격억제 압박으로 가격인상이 힘들어진 식음료 업체들이 제품 용량을 줄이고 가격만 유지하면서 슈링크플레이션이 빚어지자 소비자의 불만도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물가당국의 통제를 피하고, 가격 인상에 민감한 소비자의 저항을 피하려는 고육책인 셈이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최근 식품·유통사들 사이 확산하는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고물가·고금리 지속으로 소비심리 저하가 이어지고 있는 경기 상황을 감안해 편의점업계는 가성비 중심 PB 마케팅 차별화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들 입장에선 한 상품을 비싸게 만들어 팔건 지, 가성비 상품을 많이 팔아 수익을 채울건 지 기대수익 측면에서 여러 전략을 고민하게 되는데 최근 편의점과 협업해 선보인 가성비 제품은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으며 기존 NB상품과 견줘도 손색없을 정도로 판매량을 자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제조사들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후자의 전략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당분간 편의점의 협업상품 출시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r9028@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