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HMM |
[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대한민국 1위 해운사 HMM 매각에 관한 본입찰이 마무리됐다. 인수 후보자인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이 써낸 가격은 매각예정가로 ‘추정’되는 가격을 소폭 웃돈 가격이다. 산업은행 역시 "유효 입찰이 성립됐다"고 밝혔으나, 인수 후보들에게 공식적으로 매각예정가를 통보하지 않아 유찰 가능성이 0%로 소멸됐다고 판단하긴 이른 것으로 보인다.
23일 HMM 매각주간사인 삼성증권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주식 3억 9879만 156주(57.9%) 매각에 관한 본입찰을 진행했다. 본입찰에는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된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이 참여했다. 적격인수후보였던 LX그룹은 불참했다.
양 그룹은 적어낸 주당 인수 희망가는 주당 1만5천원 후반에서 1만 6천원 초반 사이로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량적인 요소가 대동소이함에 따라 정성적인 요소도 주요 변수가 떠올랐다. 정성적인 요소로는 △고용 승계 등 향후 HMM 운영 계획 △우발채무 반영 수준 △출자확약서(LOC)의 기간 등 거래 종결성 △5000억원으로 제한된 배당 제한의 수용 여부 등이 거론된다.
◇"매각예정가격, 공식 발표 없어"
이날 본입찰 서류를 접수한 직후 산업은행은 "유효 경쟁이 성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HMM딜에 참여한 핵심 관계자들은 매각이 100% 이뤄진다고 확신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매각예정가격이 상회했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국유재산법에 있다.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43조에 따르면, 상장법인이 발행한 주권을 처분할 때 그 예정가격은 ‘평가기준일 전 1년 이내의 최근에 거래된 30일간의 증권시장에서의 최종 시세가액을 가중산술평균하여 산출한 가액’으로 정한다.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주당 1만 5300원보다 높게 적어야 한다. 본입찰 때 적어낸 가격이 매각예정가격보다 낮다면 딜은 유찰된다.
다만 ‘가격 마지노선’을 매각 주체 측에서 공식적으로 인수 후보들에게 통보한 적은 없었다고 한다. 이번 딜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커트라인(매각예정가격)을 지금까지 알려준 적 없다"면서 "국가계약법에 따라 커트라인을 추정할 뿐이지 확정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본입찰 전날 해수부 장관의 발언 역시 무시할 수 없다. 22일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HMM 인수전과 관련해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준비하고 있다"면서 "결과가 나오면 바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1만 5300원과 큰 차이 없는 하림·동원 입찰가
하림과 동원의 입찰 가격은 1만 5300원 근처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10%만 고려한다면 유찰이 될 수 있다.
양 그룹 역시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고려하긴 쉽지 않다. HMM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97% 감소했다. 해운업황도 확연하게 고꾸라진 모습이다. 현 상황에서 가격을 높게 쓰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
아울러 영구채로 인한 희석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산은과 해진공은 1조 6800억원(3억 3600만 주) 규모의 잔여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다. 산은과 해진공이 기본적으로 영구채를 전환할 방침인 만큼 앞으로 HMM의 주식은 희석이 불가피하다. 희석 효과를 반영한 이후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했기에 최소 매각예정가로 추정되는 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매각 주체가 한 곳이 아니다 "면서 "매각이 100% 확정됐다는 판단은 조금 더 지켜보고 결정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