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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통시장 방문, 꼭 은행장이 나서야 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7 10:23

나유라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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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거리를 걷다보면 임대, 폐업 등을 붙이고 문을 닫은 상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고금리, 고물가 기조 장기화에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진 탓이다. 소위 잘 나가는 음식점만 문전성시를 이루고, 대박집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상점들은 은행 빚으로 하루하루 목숨을 연장하다가 결국 폐업을 택하고 만다.

은행권이 거두는 이자수익을 두고 정부의 눈초리가 매서운 것은 이런 ‘팍팍한’ 현실을 감안한 조치일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고 표현하자 ‘실질적인 상생금융을 내놓으라’는 당국의 주문은 한층 더 거세졌다. 급기야 당국은 KB금융지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을 포함한 주요 금융사를 향해 연내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는 세부적인 지원 규모 등 상생금융 최종안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언제나, 항상,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정부, 금융당국의 주문을 찰떡같이 잘 듣는 은행장들은, 이번에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시중은행장들이 앞다퉈 전통시장으로 달려가 소상공인과 간담회를 가진 것이 대표적이다. 은행장들은 소상공인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은행들이 가동할 수 있는 상생금융 해법은 무엇인지 등을 모색했다. 은행장들은 간담회 말미에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금융지원을 실시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러나 상생금융을 압박하는 정부의 주문에는 중요한 것이 빠졌다. 소비심리가 활성화되고 물가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은행들이 나서서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완화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겪는 이자 부담의 원인이 온통 은행에만 있다는 정부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붙은 폐업이라는 표지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은행들을 앞세워 자영업자들을 향해 빚내서 버티라는 메시지를 주는 현 기조를 근절해야 한다. 왜 자영업자들이 빚이라는 굴레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중장기적인 해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주체는 단연 은행장이 아닌 정부다. 정부는 눈앞에 보이는 은행들의 이자수익을 비판할 힘을 아끼고, 그 힘을 현장 목소리를 듣는데 쏟아야 한다. 그게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 수 있는 길이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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