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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4조원 증권사 늘었지만...'초대형 IB'는 언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7 15:41

새 후보군으로 메리츠·하나·신한·키움증권



부정적 이슈로 금융당국 문턱 넘기 어려워



메리트 적어 다수 증권사들에서도 소극적



하나증권은 예외… 이슈 적고 적극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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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새로운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등장이 아직 오리무중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 초대형 IB 외 자기자본 규모 4조원을 달성한 증권사가 네 군데나 나타났지만, 각종 이슈에 연루돼 가까운 시일 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증권사들 역시 초대형 IB 인가로 얻는 메리트가 적어 하나증권 외에는 그리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초대형 IB란 증권사가 별도 기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자기자본 2배까지 판매할 수 있고 발행 절차가 간편한 만기 1년 이내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기존 초대형 IB 외 별도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달성한 증권사는 하나증권(5조8308억원), 메리츠증권(5조5005억원), 신한투자증권(5조3513억원), 키움증권(4조5304억원) 등 4개사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증권 등 5개사 뿐으로, 마지막 인가 이후 수년 동안 새로운 인가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달성한 증권사가 네 군데나 나타나, 이 중에서 6번째 초대형 IB 지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작 증권가에서는 내년 새로운 초대형 IB의 탄생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분위기다. 초대형 IB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규모 외에도 위험 관리 등 내부 통제를 위한 시스템 구축, 회사의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 여러 가지 기준을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 통과해야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초대형 IB 후보군에 든 증권사 대부분이 근래 부정적인 이슈에 연루된 적이 있어, 금융당국의 ‘눈 밖에 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키움증권의 경우 초대형 IB 인가에 가장 적극적이었지만, 올해 두 건의 주가조작 사태에 휘말려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최대 주주인 다우키움그룹의 오너 김익래 전 회장도 이에 연루돼 주요 기준인 대주주 적격성에서 이미 약점을 안고 있다. 메리츠증권 역시 올해 이화전기 사태, 전환사채(CB) 논란의 중심에 서며 최희문 전 메리츠증권 대표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서기도 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작년까지 이슈가 지속되던 사모펀드 부실 판매 의혹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편이다.

초대형 IB라는 타이틀에 증권사들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와 같은 고금리 시장 상황에서 발행어음 업무의 수익성이 그리 크지 않고, 오히려 증권사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초대형 IB들의 전체 수익 내 발행어음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도 큰 편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은 좋지만, 해당 사업을 ‘잘’ 해내야 의미가 있다"며 "발행어음 사업은 금융권의 이자이익 사업의 증권업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현재 업계에 이를 수행할 만한 인력이 적고 의미 있는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하나증권만큼은 초대형 IB에 가장 속도를 내는 곳으로 꼽힌다. 타 증권사에 비해 중대한 이슈에 연루된 일이 적었던 데다, 최근 전통 IB 강화를 중심으로 조직을 쇄신하는 등 회사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서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초대형 IB 인가 추진은 이미 수년간 내부적으로 검토해 온 사항"이라며 "사실상 올해는 힘들 것 같고 내년 이후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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