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영풍제지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세력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대호에이엘도 장악해 또 다른 시나리오를 설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대호에이엘 최대주주인 비즈알파의 배후에는 사채업자 이진훈 씨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즈알파는 지난 8월 비덴트로부터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며 대호에이엘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해 말 설립된 비즈알파의 감사는 이진훈 씨의 친동생인 이 모 씨다. 이 모 씨는 강남의 한 럭셔리 찜질방을 운영하고 있고 해당 찜질방은 배우자이자 이진훈 씨의 매제인 윤광훈 씨가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윤 씨는 최근 영풍제지 사건으로 구속된 인물이다.
비즈알파가 접수할 당시 대호에이엘 사내이사에 오른 김 모 씨 역시 비즈알파에서 중역을 맡고 있다. 그는 한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풍제지 사건으로 최근 구속된 김언중 대호에이엘 대표 역시 비즈알파 경영진에 이름이 올라 있다.
비즈알파가 비덴트로부터 지분을 인수할 당시 함께 참여했던 와이비버스라는 법인도 영풍제지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이 법인 사내이사인 공 모 씨는 대양홀딩스컴퍼니(대양금속 최대주주)를 소유하고 있는 이옥순 대양금속 이사의 아들이다. 감사는 이 모 씨로, 영풍제지 자회사인 하북산업개발의 대표이기도 하다.
대호에이엘은 또 10억원을 투입해 대양금속 주식을 사들이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매입 이후 대양금속 주가 하락으로 큰 폭의 손실이 발생한 상태다.
이진훈 씨는 이처럼 일가친척과 측근들을 동원해 대호에이엘을 접수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올 상반기 1000원 중반대를 오가던 대호에이엘 주가는 7~8월 즈음 대주주 변경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큰 폭으로 오른 뒤 2000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하루 전인 지난달 17일 돌연 하한가를 기록하며 추락하기 시작해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반토막 이하로 수직낙하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17일과 18일 폭락세를 보일 당시 특정 법인에서 500만주 이상의 매도 폭탄이 떨어졌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비즈알파 측 물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당국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영풍제지와 관련해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자 서둘러 대호에이엘 지분을 팔아 현금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호에이엘 관계자는 "비즈알파와 영풍제지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표이사가 개인적인 사유로 영풍제지로 구속된 것으로 비즈알파 법인 자체는 영풍제지하고 어떠한 관계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채업계 큰손으로 불리는 이진훈 씨는 그간 일가친척과 지인들의 명의를 앞세워 중소형 상장사를 컨트롤해 왔지만 이번 영풍제지 사건으로 덜미가 잡혀 수사기관의 추적을 받게 됐다. 특히 매제인 윤광훈 씨를 내세워 치엔앤머니, 삼마대부 등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등 활발한 금융 활동을 전개해 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씨가 규제망을 피해 여러 상장사에서 부당 이득을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인물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