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오뚜기 신임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 사진=오뚜기 |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LG전자 출신 김경호 부사장을 해외사업 사령탑으로 영입한 오뚜기가 ‘내수기업 꼬리표’ 떼어내기에 속도를 낸다.
식품업계는 글로벌영업 전문가인 김 부사장을 중심으로 내부 조직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함영준 오뚜기 회장과 사돈관계인 특수성을 기반으로 가족경영이 더욱 공고해 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뚜기는 지난달 28일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선임했다. 김 부사장 영입에 맞춰 사업부 단위였던 해외사업부서를 글로벌사업본부로 승격시켰다.
업계는 글로벌사업에 정통한 대기업 임원을 외부수혈한 오뚜기가 향후 해외법인 전략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김 부사장은 LG전자에 입사한 이래 CIO 정보전략팀장(전무), 2018년 BS(비즈니스솔루션)유럽사업담당(부사장), 2021년 B2B(기업 간 거래)유럽사엄담당 등 해외사업 부문의 주요 직책들을 두루 역임했다. 당시 LG전자의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넓히고, 체계적인 사업 인프라도 구축해 수익성 개선에 일조했다는 업무 평가를 받았다.
오뚜기 관계자는 "전문적인 시장분석과 전략수립 능력을 갖춘 김 부사장이 오뚜기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글로벌시장에 높은 이해도와 사업 역량을 보유한 김 부사장 영입을 계기로 해외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오뚜기 최근 5개년 해외 매출 추이 및 비중 | |||||
구분 | 2018년 | 2019년 | 2020년 | 2021년 | 2022년 |
해외 매출액 | 1976억원 | 2109억원 | 2409억원 | 2736억원 | 3265억원 |
전체 매출 가운데 비중 | 8.8% | 8.9% | 9.3% | 9.9% | 10.3%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인사 및 조직 개편 초반이라 구체적인 해외사업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그동안 김 부사장의 글로벌사업 역량과 경험을 비춰볼 때 오뚜기가 거는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전세계 70여개 나라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오뚜기는 2007년 베트남 법인을 시작으로 미국·중국·뉴질랜드 등 4개국에 현지법인을 운영 중이나 다른 경쟁사에 비해 괄목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전히 높은 내수 의존도가 오뚜기의 글로벌화를 발목잡는 요인이자 동시에 김 부사장 영입의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이다.
주요 경쟁 식품사들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것과 달리 오뚜기의 내수 매출 비중은 90%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이다. 농심과 삼양식품의 내수 의존이 각각 60%대, 30%대인 것과는 대조를 나타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 오뚜기의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은 10% 안팎에서 성장하고 있지만, 상승 속도는 답보 상태다. 2018년 8.8%를 시작으로 이듬해 8.9%, 2020년 9.3%, 2021년 9.9%으로 ‘거북이 걸음’ 성장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두자릿수대인 10%대를 돌파했으나, 올해 들어 4분기가 남아있지만 3분기 기준 9.6%로 다시 한 자릿수대로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오뚜기가 대표제품 ‘진라면’ 위주로 주력 수출제품인 라면 판매에 집중하고 있으나, 농심 ‘신라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등 경쟁사들도 히트 상품을 내세워 해외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있어 수출 비중 늘리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더욱이 하반기 들어 농심·삼양식품이 ‘신라면 똠얌’·‘똠얌불닭볶음탕면’ 등 수출용 제품을 쏟아내는 반면에, 오뚜기는 진라면을 잇는 수출용 신제품 개발도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는 김경호 부사장이 식품업계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지만, B2B(기업간 거래)에 특화된 장점을 적극 활용한다면 오뚜기의 해외사업 확장에 의미있는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김 부사장이 LG전자 근무 전 20년 동안 ‘액센츄어’ 등 글로벌 컨설팅업계에 근무하며 현지 제조기업 대상으로 솔루션을 제시한 경력이 식품사 오뚜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다.
오뚜기가 라면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영역뿐만 아니라 B2B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김 부사장의 해외사업 솔루션이 두 사업 간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란 설명이다.
오뚜기는 라면·소스·유지·건조식품·기타 포트폴리오 내 카레와 3분요리류를 포함해 케첩·마요네스·드레싱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취급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덕분에 경기 불황에도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번 김경호 부사장 영입으로 예상되는 또다른 경영 변화의 하나로 오뚜기의 가족경영 강화가 꼽힌다. 김 부사장은 다름아닌 함영준 회장의 딸인 뮤지컬배우 함연지 씨의 시아버지다.
앞서 2017년 함연지 씨는 김 부사장의 아들 김재우씨와 결혼했다. 게다가 사위 김씨는 이듬해 오뚜기에 입사해 미국 유학을 거쳐 현재 글로벌사업본부에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뢰감 외에도 의사소통 등 효율성 측면에서 가족경영만큼 유용한 경영 수단이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함 회장이 사돈관계인 김 부사장에게 해외사업을 맡긴 만큼 오뚜기로선 전반적으로 가족경영에도 무게감을 두고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