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07일(월)
에너지경제 포토

서예온

pr9028@ekn.kr

서예온기자 기사모음




콜옵션 포기 11번가, 강제매각 운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03 16:30

최대주주 SK스퀘어 지난주 이사회 결정

재무투자자, 동반매수청구권 행사 고민



업계 "국내대기업 여력없어 인수 부정적"

선택지는 해외기업…中알리 행보에 관심

2023120301000095600004361

▲11번가 최대 주주 SK스퀘어 본사가 있는 서울 중구 SK T-타워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매각이 불발된 11번가의 최대주주 SK스퀘어가 최근 FI(재무적 투자자)와 약속한 콜옵션까지 포기하면서 11번가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번가 분사 당시 SK스퀘어가 투자금을 유치하며 FI들과 합의한 계약에 따르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FI들이 드래그얼롱(동반 매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 11번가의 강제 매각 가능성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 5년전 5천억 유치때 ‘IPO 불발 시 매도청구권 행사’ 합의…콜옵션 포기로 현실화?

3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11번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의결은 업계가 이사회 이전에도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일 정도로 예견된 일이었다.

11번가 콜옵션 행사 여부는 SK스퀘어가 투자금을 유치하며 FI들과 맺은 계약조건 중 하나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에이치앤큐(H&Q) 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총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과정에서 나일홀딩스는 11번가 지분 투자 당시 5년 내(2023년 9월 30일) 기업공개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만일 기한 내 상장에 실패했을 경우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활용해 FI 지분을 되사들여야 하고, SK스퀘어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FI들은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었다.

이같은 계약 조건을 감안하면 현재 11번가 전체 지분의 약 18%를 보유한 FI는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80% 이상)을 시장에 함께 내다팔 수 있게 됐다. 11번가가 FI들에 의해 강제 매각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SK스퀘어 관계자도 일단 "FI들의 선택에 따라 협조할 것"이란 입장을 밝혀 강제 매각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다만, FI들은 아직 11번가의 콜옵션 행사 포기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는 상태다. 드래그얼롱을 행사 할지 말지 고심 중이라는 후문이다.

11번가를 강제매각할 지, 아니면 SK스퀘어가 11번가 신규 투자처를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좀 더 유예해줄 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11번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키는 FI들이 쥐고 있는 셈이다.


◇ 업계 "시장 안좋아 FI 매수권행사 어려울 것"…해외기업에 손 내밀까


그러나, 시장에선 FI들이 드래그얼롱을 행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드래그얼롱을 행사한 사례가 거의 없는데다, 재매각에 돌입하더라도 11번가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SK스퀘어는 최근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과 11번가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이마저도 실패했다.

FI들이 매각 조건을 낮추면 재매각 가능성이 커질 순 있지만, 업계에선 국내 유통기업들이 11번가를 적극 인수하기 어렵다고 내다본다.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유통 대기업들은 기존 온라인사업 운영에 따른 수익성 부담을 느끼고 있어 당장 11번가 인수에 큰 매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결국, SK스퀘어에 남은 선택지로 해외 이커머스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선 11번가 재매각 대상 기업으로 아마존과 알리(알리익스프레스), 그리고 한번 무산됐던 큐텐까지 거론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한국시장 진출의 테스트 베드로 11번가와 손을 잡고 아마존 스토어 등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11번가의 아마존 스토어가 큰 성과를 내고 있지 않다는 평가 때문에 아마존의 11번가 인수 관심도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반면에 알리는 올해 투자 확대계획을 발표하며 한국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어 11번가 인수에 적극 나설수 있고, 큐텐도 비록 최근 매각 협상이 불발됐지만 SK스퀘어가 더 위축될 경우 재협상 카드를 내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11번가 재매각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면서도 "그나마 외국기업 중에선 알리가 나설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전망했다.


pr9028@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