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주피터파트너스를 사기죄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지난 1일 빗썸의 고위 관계자는 <에너지경제>와의 통화에서 "빗썸을 판다는 주피터파트너스를 사기죄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주피터파트너스는 빗썸 인수에 관한 투자제안서를 작성했다. 두 가지 펀드로 9900억원을 조성해 빗썸코리아와 빗썸홀딩스 그리고 비덴트·인바이오젠·버킷스튜디오를 모두 인수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선 주피터 이니셔티브 석세스 펀드 시리즈 A를 조성, 빗썸홀딩스 지분 34.2%와 빗썸코리아 지분 10.22%와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그리고 버킷스튜디오 등 상장사 3개의 경영권을 인수하고자 했다.
다음으로 주피터파트너스는 주피터 이니셔티브 석세스 펀드 시리즈 B를 만들어 빗썸홀딩스 지분 65%와 빗썸코리아 지분 48.1%를 인수해 빗썸 경영권을 확보하고자 했다.
이들 지분은 강지연 (주)이니셜 대표와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 관련 지분이다.
또한 현재 시리즈 A펀드와 시리즈 B펀드는 200억원과 720억원의 계약금을 각각 지불했다고 밝혔다. 다만, 누구에게 지불했는지는 서술되어 있진 않다. 펀드조성액으로 브로커에게 알선수수료 1%와 콜옵션 5%를 지불하기에 계약금 수령자가 지분 보유자인지는 불명확하다. 또 펀드의 업무집행조합원(GP)는 주피터파트너스고, 펀드의 만기는 기본 5년에 사원들의 전원 동의 하에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주피터파트너스의 투자제안서는 다른 투자제안서와 다른 점이 있다. 우선 투자 하이라이트가 마땅히 없다. 펀드 조성의 골자를 제외하면 이후 정보는 전자공시와 등기부등본, 홈페이지, 기사 등 기존에 나와있는 정보가 나열돼 있을 뿐이다. 빗썸 측은 "주피터파트너스와 매각 협상을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관계자 번호가 없다. 투자자에게 자금유치를 받기 위해서 ‘소통’ 과정은 필수다. 하지만 관련 자료에는 사무실 번호조차 없다.
그렇다고 주피터파트너스란 법인이 사모펀드운용사(PE) 업계에서 알려진 것도 아니다. 주피터파트너스는 지난 7월 설립된 신생법인이다. 83년생 정재호 대표가 이끌고 있으며 65년생 이영미 씨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 대표는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알려진 바 없는 인물이다. 설사 잘 알려져 있다고 하더라도 통상적으로 투자제안서에는 담당자의 사무실 번호 정도는 기입돼 있다.
실제로 <에너지경제>는 빗썸 인수와 관련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언주역 인근에 위치한 주피터파트너스의 사무실을 지난 1일 찾아가 봤다. 사무실은 공유오피스의 공간 한 편을 사용 중이다. 업무를 위한 책상과 컴퓨터 한 대와 4인용 테이블이 전부였다.
그리고 공용 공간의 테이블 위에는 주피터파트너스의 우편물이 쌓여있었다. △국민연금 관련 우편 2통 △동일회사의 카드 명세서 2통 △근로복지공단 관련 우편 1통 △회계 관련 솔루션 제공 업체 관련 1통 등이 포함돼 있었다. 매달 고지서가 나오는 카드나 국민연금 관련 우편이 쌓여있었으나 공간관리자는 "월세는 꾸준히 납부하고 있다"면서 "주피터파트너스는 사무실을 사용 중"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주피터파트너스의 펀드 조성 계획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은 모습이다. 인수 주체인 빗썸에서 협상 자체에 대한 부정과 함께 고소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매각 과정은 비밀리에 진행되기에 언론에 제한적인 정보를 밝히곤 하지만 고소까지 진행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복수의 IB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매각 과정도 중단했다고 전해진다. 주피터파트너스 관련 매각제안서를 받은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빗썸홀딩스 의장이 이사회에 복귀한 이후부터 빗썸 인수 관련 스텝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전부 보류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