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에 걸린 전력노조의 시위 문구.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발전공기업들이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한국전력공사의 중간 배당 요청에 반기를 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11일 열리는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에 정부와 에너지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날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에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전은 지난 주 내년도 채권발행한도 축소를 우려해 이들 6개 자회사에 중간 배당금을 요청했다.
자회사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한 관계자는 "전례가 없다. 한전과 산업부의 채권발행한도 잔액, 4분기 전기요금 인상폭 계산 실수가 원인인데 자회사에 돈을 빌려 메워달라는 것"이라며 "자회사들도 재무 상태도 좋지 않아 수용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음주 이사회에서 부결하는 회사들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지난 8일 이사회에서 이 사안을 안건에 올렸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11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한 이사회 관계자는 "현재 정관에는 중간 배당에 대한 규정이 없어 정관을 신설하는 게 우선이고 금액은 그 다음 결정할 문제다. 당장 판단하기에 자료가 부족한 것 같아 일단 보류하고 다시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며 "지금 발전사들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여유 자금이 없어 배당을 하더라도 적지 않은 돈을 빌려서 빌려서 배당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정산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상법상 자본금을 빼서 줄 수는 없고 장부상에 있는 이익잉여금을 근거로 해서 배당을 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사실상 장부상에만 있는 것이고 다른 사업에 재투자되고 있다"며 "지금 회사가 돈을 쌓아놓고 있는 것도 아니고 계획되어 있던 배당도 아니라 돈을 빌려서 줘야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 내부적으로는 걱정을 많이 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는 "주말 사이에 배임 등 면밀한 법률 검토는 어려울 것 같고, 올해 회사가 이익을 낼 가능성이 있는지 손실이 혹시 예상되지 않는지 등 회사의 재무 상태에 대한 자료를 보완해 판단해 보자는 정도로 이야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은 13일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11일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이 시그널이 될 전망이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이 사태를 초래한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한전과 발전자회사에 책임을 떠넘긴 모양새"라며 "그동안 산업부와 기재부의 관행을 봤을 때 이번에도 책임을 질 것 같지 않다. 각 사 이사회 구성원들이 향후 배임혐의나 감사 등을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황과 경위에 달린 문제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주주가 상법에 따른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여 배당을 요구하는 사항은 통상 배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회사 재무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된 상황에서 과도한 배당으로 인해 회사의 영업이나 자금조달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면 배임으로 인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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