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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금융·ELS..."내년 어렵네" 한숨 커지는 은행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11 15:48

은행권, 내년 자영업자 이자 환급 검토

가계대출 억제에 기업대출도 부담



내년 홍콩H지수 ELS 만기 본격 도래

손실 예고에 투심 얼어붙어



"ELS 판매 위축…여파 오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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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은행 ATM의 모습.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상생금융 방안과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로 은행권의 내년 경영 상황이 더욱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상생금융 방안으로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이자를 환급해주는 방안이 검토돼 이자이익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H지수 ELS 만기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따라 은행의 주력 비이자이익 부문인 신탁 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연 5%가 넘는 금리로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1인당 1억원 대출 기준 최대 150만원의 이자를 내년에 돌려주는 상생금융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에 내야 할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18개 은행이 참여하며, 총 지원액은 약 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은행권의 순이익(18조9369억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로,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횡재세와 비슷한 규모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원 대상, 지원 방법, 은행별 분담기준 등 구체적인 방안은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고려해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이자 캐시백 방식이 확정되면 은행권의 이자이익은 기대했던 것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져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며 이자이익 확대에 나서고 있는데, 상생금융안이 실행되면 그만큼 기업금융에서 버는 이자이익이 줄어드는 효과를 가진다. 은행권은 이번 상생금융안에서 평균 1.5%포인트(p) 금리를 낮추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을 많이 한 은행이 더 많은 규모로 상생금융에 동참해야 하는데 대출을 적극적으로 하면 눈총을 받는 분위기"라며 "대출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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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홍콩 H지수 ELS 만기가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돼 손실이 발생하면 은행의 비이자이익도 위축될 것이란 예상이다. 은행의 ELS 판매 수수료는 은행의 신탁 수수료에 포함되는데, 신탁 수수료는 은행 수수료 중 유가증권 등 기타 부문을 제외하고 가장 규모가 크다. ELS 판매 수수료는 신탁 수수료의 약 20∼3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ELS 판매 수수료를 원금 보장 상품보다 더 높게 받고 있는데, 홍콩 H지수 ELS 사태로 원금 비보장 상품에 대한 불신이 커져 소비자들이 많이 찾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원금 보장 ELS의 경우 시중은행 예금 상품의 금리보다도 낮을 수 있어 가입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비아자이익에는 신탁을 비롯해 퇴직연금, 카드, 외환 등의 부분이 있는데, 신탁 자체가 위축돼 버리면 비이자이익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앞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도 이후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가 저조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내년에 홍콩 H지수 ELS 만기가 도래하면 손실이 잇따라 발생할 텐데 여파가 오래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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