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도 외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SK하이닉스 주가가 12만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SK하이닉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내년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도 SK하이닉스 주가가 12만원대에서 오르지 않고 있다. 13만닉스를 꿈꾸며 개미 투자자들은 매수세로 일관하고 있지만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순매도 행렬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0% 오른 12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말부터 13만원대로 치솟더니 지난 5일에는 장중 13만46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신고가를 경신하자마자 12만원대로 떨어지면서 이후 5거래일째 12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12만원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크게 작용했다.
외국인은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SK하이닉스를 1444억원 순매도했다. 기관도 같은 기간 79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주 외국인 코스피 순매도 1위 역시 SK하이닉스가 차지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227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의 매수 행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우위에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한 달 동안 매수세를 이어오면서 총 679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다. 외인과 기관의 매도세는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는 시각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더 오르긴 힘들지 않을까", "차익실현할 때가 다가온 것 같다"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10일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감소했다. 지난달 1.3% 반짝 증가했지만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삼성전자가 내년 초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할 것이라는 전망도 SK하이닉스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상 SK하이닉스가 독점하고 있던 HBM3 시장에 삼성전자가 진입하면서 SK하이닉스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됐기 때문이다.
D램 대비 낸드 시장은 회복이 더딘 점도 과제다. 낸드 시장 정상화가 다소 시일이 걸릴 경우 내년 반도체 업황이 다시 어두워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를 16만원으로 제시하는 등 긍정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적 전망치도 밝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내년 매출은 50조2656억원, 영업이익은 8조5135억원으로 전망된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인 8조3649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북미 GPU와 클라우드 신규 고객사 확보가 기대된다"며 "4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영업이익률(27.2%)은 경쟁사(10.8%) 대비 2.5배 격차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면서 "오는 2025년까지 SK하이닉스의 HBM 등 스페셜티 메모리 매출 비중은 전체의 절반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실적 추정치 상향 가능성이 높고 최근 주가 상승에도 향후 추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통재고 정상화와 감산 영향으로 인해 ‘공급자 우위’로 돌아선 메모리 반도체는 당분간 가격 상승 탄력이 강해질 전망"이라며 "특히 올 연말과 내년 초에는 화웨이의 부품 재고 빌드업 수요가 강하게 발생해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상승 속도를 더욱 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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