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의 임시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미사이언스 가족 사이의 공방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형제 측은 '특권 폐지'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그 발언으로 오히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라크로스 협회장 행보와 친인척 채용 논란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고등학생 자녀가 라크로스 선수로 활동 중이다. 임 대표는 슬하에 08년생 쌍둥이 자녀를 두고 있다.
라크로스 선수경력은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한 고등학생들에게 요긴한 스펙으로 알려진 것으로 국내 고등부 리그는 △민족사관고 △용인외국어고 △경기외국어고 △세인트폴서울 △SJA 제주 △충남삼성고 △인천 포스코고 △인천 하늘고 등 자율형 사립고, 외고,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그동안 라크로스와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임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대표 취임 직전인 3월에 한국라크로스협회 4대 회장으로 취임했고, 이후 라크로스 후원이 시작됐다.
지난 8월 한미사이언스는 '라크로스 여자청소년 대표팀의 2024년 홍콩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에 후원사로 참여했다. 임 대표의 자녀 중 한 명이 U20 한국 여자대표팀에 선발된 것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자녀는 지난 8월 홍콩에서 열린 U20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에 출전했다.
이와 관련, 임 대표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본인은 떠밀려서 회장이 됐고, 내가 모르는 사이 자녀가 라크로스 선수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알고 난 뒤 (자녀들이 선수하고 있는 모습이) 기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문제의 쟁점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스포츠 발전을 위한 기업체의 후원은 격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기업체 수장의 자녀 입시와 관련된다면 스포츠 관점에서는 공정성 및 특혜시비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협회장 자녀가 관련 종목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오해를 사는 행동을 자제하고, 조심해야 협회가 공정하다는 사실을 대중들이 납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는 사기업이 아니며, 협회장으로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노력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전혀 쟁점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임종호 씨 채용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그는 지난 정기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을 지지했다고 알려진 형제 측 친인척이다. IB업계 및 제약업계에 따르면 임 씨는 부사장 위촉 계약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G90 차량, 월급, 회사 카드 등을 받았고, 이는 내부적으로 상당한 논란을 야기시켰다고 전해진다.
그는 “지난 3월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들이 승리할 당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가 한미약품을 맡을 것으로 내부적인 합의를 봤었다"면서 “그 때 임종호 씨가 한미약품으로 합류하다 보니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권 철폐' 외치는 형제들의 '특권'
지난 20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는 “그간 대주주가 받아온 급여, 차량 및 사무실 지원 등 연간 수십억원의 모든 특혜 역시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메시지를 임 이사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DXVX를 채널로 전달, DXVX를 사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그는 본인의 개인회사인 코리그룹 내 자회사 오브맘홍콩이 100% 보유 중인 룬메이캉이 지난해 초부터 올해 3분기까지 한미약품과 3099억원의 내부거래를 기록한 것도 논란이다. 국내 법인이었으면 정상거래로 보기 어려운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경영 혁신을 외치려면 최소한 관련 문제에 논란이 없어야 주장의 설득력이 실린다"면서 “대주주의 특혜 근절을 언급하는 자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곳을 사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면 우선 본인이 활용 중인 특혜를 내려놓고 난 이후 주장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