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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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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에너지+] 한파로 혈관 수축…고혈압, 아침이 더 위험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17 15:30

■ 겨울철 고혈압 관리 및 생활수칙



혈압상승 시간대 오전 7~9시 각별히 조심

밖으로 나갈 때 실내에서 몸풀기운동 필수



약물요법 병행해야…임의로 약물중단 위험

금연절주·저염식·운동 권장, 과체중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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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추위는 혈관 수축을 초래해 혈압을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가정에서 혈압을 수시로 측정하고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해야 한다.사진은 병원에서 최신 혈압계를 이용해 혈압을 측정하는 장면. 사진=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에너지경제신문 박효순 메디컬 객원기자] 갑작스러운 한파가 몰려와 고혈압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급격한 기온 저하로 체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더 수축하면서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고혈압에는 ‘침묵의 살인자’라는 악명이 붙어 있다. 혈압이 높더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머리가 아프거나 뒷골이 당기는 증상, 어지럼 등은 대개 고혈압과 상관 없다.

고혈압은 원인에 따라 본태성 고혈압과 속발성(2차성) 고혈압으로 나뉜다. 국내 고혈압 환자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본태성은 뚜렷한 원인이 없고, 유전(가족력), 나이, 비만, 염분 섭취, 운동 부족, 스트레스, 성격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속발성 고혈압의 원인은 신장 질환이 가장 많고, 선천성 혈관 이상, 당뇨병, 부신종양, 갑상선질환, 임신 등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 음주, 흡연, 나트륨(소금의 주요성분)·지방·당분의 과다 섭취, 식생활의 서구화는 각종 만성질환을 유발해 속발성 고혈압 환자의 비율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고혈압 환자들은 혈압이 가장 많이 올라가는 아침 시간대(오전 7~9시, 길게 잡으면 정오까지)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교감신경이 잠들었던 신체기관을 깨우기 위해 활발하게 작용하면서 심장의 힘찬 박동으로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교감신경이 불안정해져 혈압이 불규칙해질 수 있다. 실내에서 추운 밖으로 나갈 때 인체의 ‘워밍업’이 필요하다. 실내에서 가볍게 몸을 움직이면서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통해 근육과 피부 온도를 올려주면 갑자기 차가운 공기를 쐬어도 혈관의 심한 수축을 상당히 완화해 준다.


◇ 생활요법·약물요법 병행 필수적


먼저, 자신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고혈압 관리와 치료의 첫 단추다. 그러나,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국내 성인 9950명(남 42%, 여 58%)을 분석한 결과, 자신이 고혈압 환자인데도 이것을 알고 있는 인지율이 △30대 10% △40대 26% △50대 40%에 그치고 있다. 연령이 높은 60대 이상 연령층도 △60대 55% △70대 65% 수준이었다. 국민의 고혈압 인지율이 전반적으로 낮았고, 30~40대 젊은 층의 인지율이 특히 저조했다.

국내 20세 이상 성인 인구의 28%(약 1230만명)가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20~30대 젊은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2017년 20~30대 고혈압 환자 수는 81만 1106명에서 지난해 99만 715명으로 늘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순환기내과 최원호 전문의는 "20~30대 젊은 고혈압 환자들은 질환 인지율이 낮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결국 사망 위험성이 높은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혈압을 관리하는 기본은 정기적인 혈압 측정이다. 환자들은 혈압을 하루 3번 이상 재는 것이 좋다. 혈압이 경계치이거나 정상인 사람들도 정기적으로 혈압을 재봐야 한다.

아울러 모든 고혈압 환자는 혈압의 정도와 관계없이 일단 생활요법을 실시해야 한다. 필요 시 약물요법도 병행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손일석 교수는 "고혈압 약물 복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이유든 의사와 상의 없이 중도에 약물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전두수 교수도 "고혈압을 잘 관리하면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을 상당 부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콩팥병, 치매, 심부전에 의한 호흡곤란 등을 예방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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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혈압 전 단계도 동맥경화 흔해


고혈압 예방과 관리를 위해 평소 ‘짜게 먹는 식습관’을 고쳐야 한다. 국물을 적게 먹는 것이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한 가지 방법이다.

정기적으로 유산소운동을 하면 혈압을 낮추고 정상 혈압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흡연을 하면 혈압이 올라가고, 설령 항고혈압제를 복용하더라도 심혈관계 질환을 막기 힘들다. 스트레스 또한 혈압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고혈압 전 단계라도 혈압을 적극 관리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세종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공동연구팀이 국내 기준 고혈압 전(前) 단계 환자군과 정상 혈압군을 대상으로 관상동맥경화증의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고혈압 전 단계 환자군이 정상 대조군에 비해 관상동맥경화증 발생 위험이 1.37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상동맥경화증이 생기면 심장에 산소와 영양소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부정맥 등의 심장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다음은 고혈압학회가 권고하는 ‘고혈압 예방관리 생활 수칙’이다.

하나, 금연과 절주를 실천한다. 둘,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는다. 셋,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한다. 넷, 짜고 달고 기름진 식품을 줄인다. 다섯, 뱃살 및 과체중을 개선한다. 여섯, 매일 30분 이상 운동을 한다. 일곱,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한다. 여덟,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한다. 아홉, 처방 혈압약을 잘 복용한다.


◇ 스마트폰 이용한 고혈압 임상시험

분당서울대병원의 서정원(순환기내과), 박지윤(산부인과), 명우재(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임신성 고혈압 질환이 있는 임산부가 스스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하트포유)를 이용해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임신성 고혈압은 임신 20주 이후 수축기 혈압이 140mmHg 또는 확장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임신성 고혈압 산모 중 15~25%는 단백뇨, 태아발육부전, 신기능 이상, 혈소판 감소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해 임신중독증이 될 수 있다.

임신성 고혈압은 산모뿐 아니라 태아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임신 중 고혈압 질환이 진단되면 적극적인 자가혈압측정을 통해 혈압이 안정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항상 세심한 관리와 정기 검사가 권장되고 있다.

임상에 참여한 임신성 고혈압 산모는 가정에서 블루투스 기기(혈압계, 스마트워치 등)를 이용해 혈압을 측정한 뒤 맥박, 걸음수 등의 활력 징후와 운동량도 측정해 병원 내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과 연동된 하트포유 앱에 측정값을 기록한다. 담당의사는 환자가 기록한 측정값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 개개인의 혈압, 혈당수치, 체중, 신체활동 등을 고려해 적절한 개별 목표를 제공하고 맞춤형 의료정보를 전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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