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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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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트업의 도약 65] 아이싸이랩 "개·고양이 '코 무늬' 앱으로 유기동물 방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17 16:40

비문 등록 앱 '애니퍼피' 개발…칩 이식 불필요
자는 동물 10초만에 사진촬영 뒤 앱등록 간편
소·사슴 가축도 적용 가능, 축산업계 도입 계획
화성시와 실증사업중…美·호주 해외진출도 눈앞

K-스타트업 도약

▲아이싸이랩 최형인 대표(왼쪽)와 변창현 최고기술책임자. 사진=아이싸이랩

20세기 글로벌경제를 제조와 금융 중심의 ‘골리앗기업’이 이끌었다면, 21세기 경제는 혁신창업기업 스타트업(start-up) ‘다윗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간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변화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알리바바, 틱톡은 물론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도 시작은 개인창업에서 출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역외와 역내 경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새로운 직종(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한낱 ‘목동’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K-스타트업 미니컷 550
[에너지경제신문 김유승 기자] 국내에서 반려견이나 반려고양이를 잃어버릴 경우 전문 보호센터를 통해 찾아야 한다.

반려동물의 사진이나 특징, 잃어버린 장소와 시간 등을 일일이 알려주고, 동네에 전단지를 배포해 수색해도 쉽게 찾기란 힘든게 현실이다.

이같은 실종된 반려동물을 찾는 작업의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스마트 앱(APP)을 이용해 동물 정보를 검색한 뒤 좀더 간편하게 찾아주는 창업기업이 있다.

주인공은 반려동물의 코 무늬인 비문(鼻紋)을 확인하는 생체인식 방법을 앱을 이용해 찾아주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한 ‘아이싸이랩’이다.

서울대학교 수학과 교수 출신인 최형인 대표가 제자들과 함께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수학 기반 인공지능 연구와 응용기술 개발, 서비스 사업화로 시작해 현재는 사업으로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했다,

최형인 대표는 "사람의 홍채인식 기술을 개발해 국내 및 국제 특허를 18건 보유했다"며 "수의대 유명 교과서를 살펴보니 사람의 지문과 개의 코가 같다는 정보가 있어, 동물에게도 생체인식 기술을 적용시키기 위해 반려동물 사업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반려동물 등록이 의무이나 몸 안에 칩을 심거나 목걸이를 착용하는 방법을 통해 등록해야 하기 때문으로, 동물 몸에 칩을 심지 않아도 관리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게 아이싸이랩의 목표이다.

이를 위해 개발한 방법이 비문 등록이다. 변창현 아이싸이랩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스마트폰으로 개·고양이의 코를 사진으로 찍어 전용 앱 ‘애니퍼피’에 올리면 완료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애니퍼피를 이용해 반려동물이 자고 있을 때 비문을 등록하는데 10초, 동물이 움직일 경우에는 진정시킨 뒤 사진을 찍더라도 약 1~2분이면 등록을 마칠 수 있고, 단체 등록도 4시간에 200마리까지 등록이 가능하다.

반려동물 정보 등록에는 비문뿐 아니라 동물의 이름, 생년, 얼굴 사진, 전신사진, 중성화 유무 같은 일반정보도 함께 필요하다. 비문을 등록한 뒤 코를 다쳐도 원래 비문의 무늬대로 회복이 가능해 새로 등록이 필요하지 않지만, 영구적인 흉터로 남을 경우 기존에 남아있는 패턴으로 인식은 가능하나 인식률이 이전보다 떨어져 추가 등록이 필요할 수 있다.

흉터 비문의 인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물의 안면, 몸통 등 부가정보를 함께 등록해 비문이 훼손된 동물이 발견될 경우 지역, 성별, 종, 색상, 얼굴, 전신사진 등으로 동물을 특정할 수 있도록 대응하고 있다.

K-스타트업의 도약 제품 이미지

▲아이싸이랩의 모바일 서비스 홍보 포스터. 사진=아이싸이랩

동물보호센터에서 반려동물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아파트에서 개를 잃어버렸을 때 이를 발견한 경비원이 동물 정보를 확인하고 찾아줄 수 있는 등 일반인들도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코 정보를 확인해 빠르게 실종 반려동물을 찾도록 해 주는 것이 아이싸이랩의 경영 비전이다.

비문은 개·고양이가 아닌 사슴·소 등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에게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만큼 축산동물에도 생체 인식을 도입하기 위해 경북 축산기술연구소와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축산물 이력관리법에 따라 송아지가 태어나면 일주일 내로 귀를 뚫어 귀표를 부착해야 하나 이 과정에서 어린 송아지가 굉장히 큰 스트레스를 받는 부정적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문 등록을 도입하면 귀표의 노후화로 가축 인식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20% 이상으로 발생하는 문제와 가축 경매 때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일부러 축산물 이력을 속이기 위해 귀표를 바꿔치기 하는 사기수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변창현 CTO는 소개했다.

아이싸이랩은 2019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연구를 공동진행해 논문 작성 및 기술 표준화에 나섰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정책화가 진행돼 현재 표준화 위원회에 참가해 활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비문 등록 개발기업 중 유일하게 정부 공공기관 조달 사이트 ‘나라장터’의 우수혁신제품으로 지정받아 지방자치단체와 계약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았다. 현재 아이싸이랩의 애니퍼피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로 선정돼 시범운영 중이다.

아울러, 국내 표준에 근거한 정확성 99.99% 이상의 공인 시험성적서를 공개 가능한 유일한 기업으로도 자리매김했다. 올해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전에서 대통령표창 수상,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와 업무협약 등 성과도 거뒀다.

최형인 대표는 "반려동물 선진 문화가 정착돼 99% 이상의 반려동물 인구가 칩 등록을 하고 있는 미국·호주·캐나다 등 국가에 조만간 진출할 계획"이라며 해외사업 의지도 드러냈다.

이어 최 대표는 "한국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만큼 화성시에서 만들어낸 좋은 사례를 제시하면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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