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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 절세' 쫓던 가온그룹, 투기등급 전락…'이자폭탄' 눈앞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19 14:22

최대주주 오른 임동연 대표, 97년 생 불과…경영 능력에 물음표



투기등급 전락한 가온그룹, 향후 이자비용 부담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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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그룹.


[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코스닥 상장사 가온그룹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2세 경영을 시작한 이후 2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임동연 대표가 취임한 이후 가온그룹의 실적과 재무구조 모두 악화됐다.

18일 한국기업평가는 가온그룹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안정적’으로 한 단계 낮췄다. 신용등급은 한 단계 떨어졌지만 의미는 상당하다. BBB는 투자등급이고, BB는 투기등급이다 보니 자금 조달할 수 있는 방법에서 큰 차이가 생긴다. 투기등급은 회사채를 조달하긴 사실상 어렵고 △채권담보부증권(P-CBO)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일부 대출 계약은 기업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 기한의 이익상실(EOD) 사유가 되기도 한다.

디지털 셋톱박스 전문 기업 가온그룹은 올 초 2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1월 3일 아버지인 임화섭 회장은 아들인 임동연 대표이사에게 지분 대부분(231만515주)을 증여했다. 임동연 대표는 2021년 가온미디어 경영지원본부 부장으로 입사해 1년 만에 대표이사에 오르고 그로부터 1년 뒤 지분을 수증받으며 코스닥 상장사의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 절세 테크닉 활용, 세부담 줄여


그가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증여계약 합의 해제 후 재증여’와 같은 절세 테크닉도 마음껏 뽐냈다. 코로나19 당시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그의 자녀인 이경후 CJENM 부사장과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추진실장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사용했던 방법이다. 이로 인해 당시 CJ그룹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증여세 신고기한인 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 취소를 할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본다. 당사자 간 합의로 계약을 해제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금전의 증여와 반환은 합의해제로 보지 않는다.

가온그룹 오너들의 재증여는 가업 승계 관련 증여세 과세특례가 올해 개정되며 그 범위가 확장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다 보니 임 대표는 어린나이에 100억원 이상을 수증 받았지만 주식담보대출 관련 공시가 없다. 연부연납을 위한 납세담보로 설정만 있을 뿐이다.


◇ 투기등급 추락… 경영능력 물음표


임 대표는 97년 생으로 가온미디어 입사 후 3년 만에 가온미디어의 경영권과 지배력을 확보했다. 가업 승계를 위한 증여세 과세특례는 수증자가 일정 기간 내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한다는 요건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어린 나이와 부족한 경험 등으로 인해 대표이사 승진 당시부터 경영에 물음표가 달려 있었다. 특히 주력 산업인 셋톱박스 부문이 시대의 변화로 인해 위기에 봉착해 있다 보니 그를 보는 시선은 더욱 우려스러웠다. 셋톱박스 산업은 유료방송가입자 감소 추세로 인해 수익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하현수 한기평 연구원은 "수년간 지속된 셋톱박스 부문의 전방수요 위축으로 주요 수익기반이 약화되는 가운데, 지난해까지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던 네트워크장비 부문도 올해 역성장하며 가온그룹의 외형이 전년동기 대비 크게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지 못했다. 그가 경영권을 잡은 이후 2년 만에 신용등급은 투기 등급으로 전락했다. 이는 가온그룹에게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가온그룹은 제조기업으로서 차입 규모가 제법 크기 때문이다. 연결 기준 차입금의존도는 39.6%에 이르는데 통상적으로 30%를 전후로 높고 낮음을 평가함을 고려할 때 40%에 육박하는 차입금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또한 재무적인 불안함은 꾸준히 심화돼 왔다. 손익적인 측면에서는 올해 실적이 악화됐으나, 재무적인 측면은 그가 입사한 2022년부터 서서히 악화돼 왔다. 2021년 말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109.8%, 24.8%였으나 올 3분기 말에는 202.7%, 39.7%로 각각 92.9% p와 14.9% p씩 올랐다.

그는 "과거 대비 낮은 수준의 이익창출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단기 적으로 높은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1626억원의 단기성차입금이 문제다. 3분기 말 기준 가온그룹 차입금의 최대 이자율은 7.32%다. 가중평균하면 이자율은 낮아지겠지만 근 6년 사이 최대 영업이익률이 5.3%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한계기업이 될 가능성도 내재해 있다. 게다가 단기성차입금을 차환할 때는 투자등급이 아닌 투기등급이며 2년 새 차입규모를 2배 이상 키운 터라 이자비용 부담은 앞으로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하 연구원은 "예상 영업현금창출력 등은 단기성차입금을 포함한 연간 자금소요에 대응하는데 부족한 수준"이라면서 "당분간 차환에 의존하는 만기 대응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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