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기사내용과 직접 연관 없음).연합뉴스 |
서울 경동고 학생들의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명진은 19일 수능 타종 사고로 피해를 본 수험생 39명이 국가를 상대로 1인당 2000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수능 날 서울 성북구 경동고에서 치러진 1교시 국어 시간 때 시험 종료 벨이 1분 30초 일찍 울렸다.
타종을 맡은 교사 A씨가 시간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마우스를 잘못 건드린 탓이었다. 경동고는 수동 타종 시스템을 쓰고 있었다.
법무법인 명진은 타종 사고가 한 달 이상 지났지만 교육당국이 피해 학생에게 사과도, 타종 경위 설명도, 재발 방지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증언을 기초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결과 A씨가 타종시간 확인용으로 교육부 지급 물품이 아닌, 아이패드를 썼다고 주장했다.
명진 측은 A씨가 아이패드 화면이 중간에 꺼진 것을 다시 켜는 과정에서 시간을 잘못 보고 타종 실수를 한 것으로 봤다.
수능 때 타종 방법은 자동과 수동이 있으며, 아직도 상당수 시험장에서 방송 시스템 오류를 우려해 수동 타종을 한다.
학교 측은 실수를 깨닫고 2교시가 종료된 후 다시 1교시 국어 시험지를 수험생에게 배부했다. 이후 수험생에게 1분 30초 동안 문제를 풀고 답을 기재할 시간을 줬다. 다만 답지 수정은 허락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타종 사고로 시험을 망친 것을 의식하면서 시험을 봐야 했기 때문에 평소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생은 시험을 포기하고 귀가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후 점심시간에 1분 30초를 받아 추가 시험을 봤는데, 시험지 배포와 회수 등까지 포함해 약 25분이 소요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원래 50분이었어야 할 점심시간 중 25분만 쉴 수 있어 다음 시험에도 피해를 봤다는 얘기다.
명진 측에 따르면 일부 피해 학생들의 성적은 모의고사 때보다 낮게 나왔다고 한다.
한 학생은 지난 9월 모의고사에서 국어 73점을 받았지만, 수능에서는 48점을 받았다. 다른 학생은 지난 9월 모의고사에서 국어 1등급을 받았는데, 이번에 3등급으로 추락했다.
올해 수능 국어는 지난해보다 훨씬 어려운 ‘불수능’으로 평가받는다.
법무법인 명진 대표 김우석 변호사는 "3년 전에 타종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교육부는 타종 사고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배포하지 않았다"며 "향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하며, 피해 학생들에게 적어도 1년 재수 비용은 배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12월 서울 강서구 덕원여고 시험장에서 수능 4교시 탐구영역의 제1 선택과목 시간에 종료 벨이 약 3분 일찍 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수험생과 학부모 등 25명은 돌발 상황으로 인해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없었다며 국가와 서울시를 상대로 1인당 8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 4월 2심에서 국가가 1인당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벨이 일찍 울린 시간만 환산할 경우 1초당 덕원여고는 4만원, 경동고는 20만원가량이 책정된 셈이다.
김 변호사는 3년 전 덕원여고 타종 사고는 4교시에 일어났고, 추가 시간을 준만큼 순연했다며 경동고 사고는 이에 비해 4∼5배 더 피해가 크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사고가 났더라도) 즉시 조치해서 안내방송을 하고 일정 시간을 더 주거나 순연시켜야 했는데, 2교시까지 한 후 점심시간을 써서 추가 시간을 준 결과 피해가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이날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서 "타종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도 잘못했지만, 일부러 사고를 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타종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전국적으로 통일된 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그건 교육부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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