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1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올해는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에 오점을 남긴 한 해였다. 지난해 카카오 먹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지 1년 만에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가 연달아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복된 행정서비스 장애로 인해 정부는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근본적 해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 범정부 TF 발족…‘재발방지책’ 마련
26일 업계에 따르면 잇따른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내년 1월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지난달 벌어진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는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세계 최초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세계 3번째 초거대 인공지능(AI) 개발 등의 성과로 빛나던 디지털 강국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생긴 것이다.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 주민등록시스템, 조달청 나라장터,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까지 일주일 새 벌어진 행정전산망 마비만 4건이다. 정부가 사태 수습에 나서던 도중 나라장터에서 또다시 오류가 발생했지만 제대로 된 원인 규명을 내놓지 못하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이 범정부 대책 TF를 발족하고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TF에는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인사혁신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가 총동원 됐다.
정부는 먼저 전 부처와 기관을 대상으로 노후 장비를 전수 점검하기로 했다. 필요시 관련 예산을 추가로 확충할 방침이며, 전산장애 발생 대응 매뉴얼도 보강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론 공공 클라우드 전환을 가속화하고, 민간 기업의 클라우드 활용도 검토한다.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관련 제도도 다시 손보기로 했다.
◇ 문제는 ‘예산’…눈 가리고 아웅 금물
행정망 마비 사태가 잇따르자 화살은 공공SW 사업을 맡은 중소기업에게 향했다. 공공시스템 품질 저하가 중소기업의 유지 보수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대기업 독과점을 막기 위해 지난 2013년 도입한 ‘공공SW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정부는 최근 700억원 규모의 공공SW 사업에 대해선 대기업 참여가 가능하도록 입찰 조건을 완화한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의 원인이 기업 규모가 아닌 현실적인 사업 대가와 계약 구조의 병폐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SW개발 단가 인상, 과업 변경으로 인한 추가 대가 산정, 유지 보수 비용 추가 등의 문제가 정부 예산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자를 감수하며 사업에 참여하려는 기업은 없다. 현실적인 사업 대가 산정과 과도한 과업 변경 등의 관행 탈피가 시급하다"며 "급한 불만 끌게 아니라 공공SW 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더불어 위기 대응 매뉴얼을 확충하고 관리·운영 공무원의 전문성도 강화해야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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