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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50인미만 기업 중대재해 예방에 1.5조 투입…노동계 "맹탕 대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2.27 14:18
당정, 중대재해 협의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의 유예를 추진하기로 한 정부와 여당이 이들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관리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5∼49인 사업장 83만7000곳 전체에 대한 자체 안전진단과 컨설팅을 강화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노동계는 법 적용 유예를 위한 ‘맹탕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7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당정의 대책에는 중대재해에 취약한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안전보건관리 역량 확충과 작업환경 안전 개선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선 관계부처와 공공기관, 관련 협회, 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추진단을 구성하고 5∼49인 미만 사업장 83만7000곳이 자체 안전진단을 하는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한다.

당정은 중대재해 위험도 등에 따라 중점관리 사업장 8만여곳을 선정해 안전관리를 위한 컨설팅·인력·장비 등을 패키지로 지원할 계획이다. 나머지 일반 사업장은 교육·기술지도를 중심으로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자체 중대재해 예방 역량을 갖추기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을 위한 컨설팅을 확대하고 외국인력 대상 안전교육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교육·인건비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안전보건 전문 인력을 2026년까지 총 2만명 양성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이 안전관리전문가 등을 공동으로 활용·채용할 수 있도록 내년에 600명의 ‘공동안전관리전문가’ 선임도 지원한다.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비용 지원, 소규모 제조업 노후·위험공정 개선 비용 지원 등 소규모 사업장의 작업환경 안전 개선을 위한 지원도 확대한다.

원청 대기업이 하청 협력사에 대한 안전보건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적극 부여하는 등 민간 주도 산업안전 생태계 조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위해 내년에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내년 재정 1조2000억원에 제도 개편에 따른 안전관리비용 등 간접투입 효과를 합친 규모다.

내년 1분기에 사업을 조기 집행한 후 내후년까지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책은 정부와 여당이 내년 1월 27일로 예정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의 추가 유예를 추진하는 가운데 발표됐다.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1월 시행됐다. 당초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선 2년 유예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영계는 중소기업들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추가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도 이를 받아들여 2년 유예를 추진 중이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협의회 브리핑에서 "지금 당장 중대재해법의 적용을 확대할 경우 재해 감소보다는 폐업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도 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준비되지 않은 기업들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면 기업뿐만이 아니라 일자리 축소 등으로 근로자들에게까지 피해가 미칠 우려가 있다"며 힘을 실었다.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앞으로 (법 적용이 유예되는) 2년이 중대재해의 감축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심정으로 정부 대책에 발맞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중대재해법 추가 유예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 대책을 포기하고 법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지원한다는 내용은 없고 재해예방 역량이 강화될 것만 기대하고 있다. 감나무 밑에 누워 홍시가 입 안에 떨어지길 기다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보건관리 역량 확충의 경우 컨설팅과 기술지도 등 서비스 품질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없다"라며 "안전보건 전문인력 2만명도 어디서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법 추가 적용 유예를 위해 열악하고 위험한 중소규모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포기한 맹탕 수준의 지원책"이라며 "법 유예와 개악을 주장하거나 동조하는 세력은 사회적 살인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도 이번 대책이 "재탕 삼탕한 맹탕 대책"이라고 비판하며 "‘산업안전 대진단’은 실제로 정부 진단리스트에 따라 사업장이 자체 진단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그러면서 "숫자놀음에 불과한 대책으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과 민주노총 등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법 적용 유예를 규탄하는 손팻말 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은 본회의가 열리는 28일까지 1박2일 농성에 돌입한다. 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개정안이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고 여야의 쟁점 민생법안 논의 기구인 ‘2+2 협의체’에서 후속 논의가 이어질 경우에는 농성을 연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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