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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지표 줄줄이 '비상등'…건설수주 26%↓·소매 판매 20년만에 마이너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01 12:05

건설경기 선행지표 급추락…수주, 작년 1~11월 26.4%↓
상품소비, 20년 만에 마이너스…올해 소비전망도 ‘흐림’
새해 전망도 밝지 않다…한은·KDI "소비증가, 작년 수준"

'PF 대출 만기 도래'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내수 경기가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소매 판매를 비롯한 민간 소비를 비롯해 투자·건설까지 내수 시장을 반영하는 지표들에 일제히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1~11월 소매 판매는 20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밑바닥’ 체감 경기와 직결된 건설 분야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특히 앞으로의 건설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표격인 건설수주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급감하면서 건설 경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새해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1∼11월 건설 수주액(경상)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4% 감소했다.

건설 수주액이 1∼11월 기준으로 전년보다 줄어든 건 지난 2018년(-0.6%)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감소 폭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당시인 지난 1998년(-42.1%) 이후 25년 만의 최대폭이다.

건설수주는 부동산 경기호황 속에 연간 기준으로 △2020년 16.6% △2021년 9.2% △2022년 10.1%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고금리와 고물가에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원자잿값과 임금도 상승하면서 사업성이 악화한 부분도 영향을 끼쳤다.

착공도 부진하다. 작년 1분기 건축착공은 전년 동기 대비 28.7% 감소했다가 2분기 -46.5%, 3분기 -44.2% 등으로 추락했다.

건설업체의 시공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불변)은 작년 1∼11월 8.7% 늘었다. 하지만 수주·착공 부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하는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건설경기 부진은 가뜩이나 싸늘한 체감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지난 2022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5%가량에 달한다. 제조업과 서비스 기반이 약한 비수도권일수록 건설투자의 비중은 커진다. 고용 측면에서도 일용직 근로자 가운데 건설업 종사자가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소매판매·설비투자 등 내수 지표는 이미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 1∼11월 재화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불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줄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13년(-3.1%) 이후 20년 만에 ‘마이너스’다.

19년 만에 2년 연속으로 3%를 웃도는 고물가와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면서 상품 소비가 위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는 작년 4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0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장기간 줄어든 것이다.

작년 1∼11월 설비투자도 1년 전보다 5.4% 감소했다. 2019년 1∼11월(-7.2%) 이후 4년 만의 감소다.

전기전자(IT)·자동차 수출 대기업에 편중된 우리 경제구조를 감안하더라도 내수 부진은 다른 주요국들보다도 심한 편이다.

다른 주요국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내수 부진은 눈에 띈다. 작년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주요 7개국’(G7)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헤드라인 성장세가 다소 살아나더라도 국내 경기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작년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불변가격·전년동기대비)은 0.2%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6분기 만에 주요 7개국(G7·1.2%)에 추월당했다. OECD 평균(1.5%)에도 미치지 못한 증가세다.

새해 소비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은행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로 1.9%를 제시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3년(1.9%)과 비슷한 소비가 이어지리라는 것이다.

한은은 "앞으로 민간소비는 양호한 고용 사정과 가계소득 증가에 힘입어 점차 회복되겠으나 고금리 영향 지속 등으로 회복세는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밝혔다.

KDI도 2024년 경제전망을 통해 "민간소비는 고금리 기조로 인한 상품소비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년(1.9%)과 유사한 1.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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