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양성모 기자] 신규 상장하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합병 상장한 기업들의 수익률이 반토막 수준에 머무는 등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고, 그간 뻥튀기 논란이 이어졌던 합병비율 산정에 대해서도 금융감독당국이 이에 대한 보완에 나서면서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 규모가 전년 수준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주가는 18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21건을 기록했던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합병상장 건수가 크게 증가한 배경은 증시가 부진하면서 직접 상장보다는 스팩을 통해 우회 상장하는 게 절차상 쉽고 빠르기 때문이다.
스팩은 다른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설립한 서류상 회사다. 까다로운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고 상장을 통해 자금을 모을 수 있어 증시가 부진하거나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됐을 때 스팩 합병 수요가 증가한다.
올해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이 예정된 기업은 에스피소프트, 드림인사이트, 레이저옵텍, 사피엔반도체, 제이투케이바이오, 크리에이츠 등 6개사다. 현재 합병심사 청구서를 접수한 기업은 씨엔티테크 등 8개사에 달하는 만큼, 추가로 합병이 이뤄질 경우 이전 최고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최근 스팩을 통해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다소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4일 DB금융스팩10호와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한빛레이저는 상장일 가격제한폭(29.98%)까지 오르며 6330원을 기록했고, 이튿날인 5일도 주가는 16.75% 뛰며 739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상장한 씨싸이트는 첫 날인 상한가를 기록하며 3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22일에도 13.46%가 뛰며 4만4250원까지 올랐으나 이날 종가는 2만8200원으로 상장 첫 날 종가 대비 36.27%가 빠졌기 때문이다.
또 지난 11월 24일 합병 상장한 제이엔비는 상장 첫날 2만1550원에서 이날 1만3800원으로 35.96%가 하락했으며 세니젠과 신시웨이는 각각 첫 거래일 종가 대비 50.41%, 31.29%가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이 스팩을 통해 상장하는 기업들의 매출액 뻥튀기를 통한 기업가치 고평가를 막기 위해 공시서식 개정 등을 추진하는 점도 스팩을 합병을 염두에 둔 기업들에 있어 부담이 될 전망이다.
실제 금감원이 지난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스팩으로 상장한 기업 139곳을 대상으로 상장 당시 실적 추정치와 실제 실적(1차년도~5차년도)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 미달 기업 비중은 평균 76%, 영업이익 미달 기업 비중은 평균 84.1%로 나타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감원은 관계자는 올해부터 회계법인의 스팩상장 기업의 외부평가 이력 및 외부평가 업무 외 타업무 수임내역 등을 증권신고서 공시항목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또한 스팩상장 기업의 영업실적 사후정보가 충실히 공시되도록 작성 양식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내년 상반기에는 현금흐름 할인법 등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대 가치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규 상장하는 스팩들이 늘어나고 있어 합병을 추진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지난해 보다 올해 증시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 것으로 보이고, 금감원의 제도개선으로 합병이 깐깐해진 만큼 전년 이상의 합병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