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권사들이 내부통제 홍역을 앓으면서 올해는 리스크 관리 조직을 새롭게 꾸리는 등 위기관리와 내부통제 강화에 힘쓸 전망이다. 픽사베이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지난해 증권사들이 내부통제 홍역을 앓은 가운데 올해 증권사 조직개편 키워드는 ‘리스크 관리’로 압축됐다. 리스크 관리 전문가를 영입하고 관련 조직을 새롭게 꾸리는 등 위기관리와 내부통제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직원 횡령, 주가조작 등의 사태로 하락한 고객 신뢰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8일 엄주성 신임 대표이사를 공식 선임하고 다음날인 9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사 리스크관리 태스크포스(TF)를 팀으로 승격시켜 리테일비즈분석팀을 신설한 부분이다. 리스크관리 TF는 지난해 영풍제지 사태 이후 구성한 사고 재발 방지 TF다.
지난 10월 발생한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키움증권은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한 바 있다. 키움증권 외 다른 증권사들은 미리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100%로 올려 미수거래를 사전에 막았으나 키움증권은 40%의 증거금률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사태를 더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영풍제지 사태와 유사한 사고를 막고 고객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리테일비즈분석팀 외에도 그룹위험관리팀도 구축했다. 그룹위험관리팀을 통해 키움증권과 자회사 리스크와 내부통제 통합관리에 집중할 방침이다.
리스크 관리 수장도 새롭게 영입했다. 리스크관리 부문장 상무이자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에 석호징 전 삼정KPMG 이사를 선임했다. 석 상무는 20년 넘는 리스크 관리 경력을 지닌 전문가다. 외부인사 영입을 통해 리스크 관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메리츠증권은 신임 대표에 과거 삼성증권과 메리츠화재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를 맡았던 장원재 사장을 발탁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전망이다. 삼성증권도 리스크관리팀장 등을 맡왔던 이충훈 IB2부문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미래에셋증권도 리스크관리 부문을 경영혁신실에서 독립시키고 CRO에 이두복 부사장을 배치해 리스크관리 부문에 힘을 실었다.
KB증권 역시 연초 조직개편에서 리스크 관리 조직을 신설했다. KB증권은 시장리스크부 내 고객자산리스크 전담 조직을 신설해 고객 수익률 점검 등 고객가치 제고를 위한 고객자산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섰다.
NH투자증권도 내부통제 기능 강화 위해 준법지원본부 직속으로 준법기획팀을 신설했다.
증권사들이 내부통제 강화에 집중하는 데는 지난해 유독 내부 직원의 횡령 사건이 다수 발생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A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업무상 취득한 정보로 주식을 거래해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사건이 있었다. 또 B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가 투자자들에게 수익률이 10% 보장되는 비과세 펀드라고 속여 가입을 유도해 총 734억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로 적발되기도 했다. C 증권사는 내부 직원들이 업무상 알게된 사모 전환사채(CB) 발생 정보를 이용해 가족, 지인 등에 투자하는 등 이득을 얻은 부당거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금융투자협회도 금융투자산업의 신뢰 회복을 위해 내부통제기준 개정을 추진하는 등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서유석 금투협 회장은 신년사에서 "부동산 PF 정상화 지원, 주가연계증권(ELS) 모니터링 강화 등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책무구조도 도입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령 개정에 맞춰 표준내부통제기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증권사들의 위험 관리 분야 능력이 도마에 오른 만큼 조직 개편도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올해는 증권사 대부분 내부관리체계를 개선하고 내부통제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분위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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