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1.69p(2.47%) 내린 2435.90으로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양성모 기자] 최근 코스피 지수가 하락세를 이어오며 2430포인트까지 밀리면서 이에 대한 원인을 두고 금투업계가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국내 증시는 산적한 악재들로 인해 당분간 답답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 입을 모았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14포인트(0.17%) 오른 2440.04로 장을 마쳤다. 지수가 강보합세로 마감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3거래일 연속 2400선에 머물게 됐다. 연초 이후 코스피는 8.10%(215.28포인트)가 하락했으며 1월 이후 이날까지 총 13거래일 중 10거래일이 하락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코스피 부진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중동과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매파적 행보, 중국의 경기둔화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다만 직접적인 원인을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중국의 경기둔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지정학적 리스크? 매파적 연준 VS 중국 경기 둔화
전날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과 관련해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지정학 리스크 확산으로 외국인 현물과 선물에서 매도물량이 출회되면서 지수 낙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중동 물류 대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남북 간 강경 모드 전환으로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예멘의 후티반군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상선들을 공격하자 미국이 미사일 공격으로 대응 하는 등 중동발(發) 전쟁 우려감이 확대중인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15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제1적대국으로 명기하는 헌법 개정을 지시하면서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매파적인 연준의 행보도 국내 증시에 직격탄을 날린 모양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이사는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 온라인 행사에서 "금리 인하를 시작할 때가 되면 체계적이고 신중하게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며 "경제 위기가 발생했던 과거처럼 빠르게 움직이거나 급격히 인하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에 비해 4.5bp 상승한 4.104%로 마감했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경기둔화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과 한국 주가가 급락하고, 원화가치가 빠르게 절하될 때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아시아에서 돈을 빠르게 빼고 있다는 뜻"이라며 "주로 금융기관들이 흔들리거나 불확실성이 클 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 비중이 높은 코스닥보다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거래소 시장이 더 하락했는데 이는 경기나 금리에 더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철강, 화학 등 중국 경기에 민감한 업종들과 전기차 관련 주가가 나쁜 만큼, 전날의 주가 하락은 시장 기대와 중국 부진과의 간극이 큰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증시 둔화 당분간 이어질 것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부진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 증시의 후퇴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와 연준 스탠스 간의 괴리 축소 △중국 경기 불확실성 지속 △2024년 실적 컨센서스 조정 등을 풀어야 할 숙제로 설명했다. 그는 "과제들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코스피의 기간 조정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과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적극적인 대응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지속해야 한다. 매도 실익이 없는 지수대에 진입한 것은 맞지만, 기간 조정이 예상됨에 따라 매수 전략 또한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직관적으로는 1월 말까지 주가 모멘텀 회복이 요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면서 "재료 선반영, 패닉 셀링 이후 저가 매수세 유입 등과 같은 주식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매도 행렬에 동참하는 것은 증시 대응 전략에 있어 후순위에 놓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