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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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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에너자이저] 전천후 의술 '침 치료' 연구·확산에 앞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21 17:03

②구본혁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침구과 교수
대한침구의학회 연구자 최우수상 수상
안면마비후유증 매선침 치료시술 인정
"한의약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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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혁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침구과 교수는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효과를 검증해 자신감있게 진료에 적용하는 젊은 한의학자로 손꼽힌다. 구 교수는 "한의약 치료를 널리 활용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강동경희대 한방병원

[에너지경제 박효순 메디컬 객원기자] "임상 현장에서 진료를 하는 한 명의 한의사로서 항상 실제 진료에서 활용성이 높은 연구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치료법, 효과, 안전성 등에 대해 환자들에게 보다 신뢰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구본혁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교수(37·침구과)는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더 나은 앞선 진료를 시행해 높은 임상성적을 거두는 한의학자로 최근 부각되고 있다.

구 교수는 지난해 11월 열린 대한침구의학회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우수연구자상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연구 내용은 ‘요추 추간판 탈출증 및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에 대한 매선침 연구’로서, 지난 2022년 국제학술지(Complementary Therapies in Clinical Practice)에 게재되기도 했다.

현재 강동경희대 한방병원의 안면마비센터, 척추센터, 한방턱관절클리닉에서 진료하고 있는 구 교수는 진료와 연계해 △안면신경마비 질환 △다양한 질환에 적용 가능한 ‘매선침 치료기술’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에 매선침 치료 임상시험을 수행해 2020년 국제학술지(European Journal of Integrative Medicine)에 결과를 보고했다.

구 교수는 "침 치료는 거의 대부분의 질환에 활용할 수 있는 전천후 치료 기술"이라며 "허리, 무릎, 발목 통증 같은 근골격계 질환이나 체했을 때와 같은 소화기 질환 정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 질환,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비뇨기 질환, 정신 질환, 부인과 질환, 소아 질환, 피부 질환, 안과 및 이비인후과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침 치료가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침 치료의 장점은 도구와 기법 측면에서 근위취혈과 원위취혈을 아우르는 다양한 침법들과 호침·장침·전침·온침·화침·피내침·약침·매선침·침도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여러 도구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구본혁 교수와 일문일답이다.

―침술이 효과를 보이는 기전은.

▲침 치료의 효과에 대해서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기(氣)를 조절하고 정신을 치료한다고 하여 조기치신(調氣治神)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의사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밝혀진 침 치료의 기전을 몇 가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먼저 침 치료를 하면 침을 놓은 부위에 혈액순환이 촉진되어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촉진시키며, 긴장된 근육이나 유착된 연부조직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통증과 관련된 신경계에 작용하여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으며, 자율신경계를 조절하여 정신적인 스트레스 및 긴장을 완화해주고 내장 기능을 개선시켜주는 효과를 나타낸다.

이같은 침 치료의 대표 기전 외에도 전기침, 온침, 약침, 매선침, 침도요법 등 다양한 방식의 침 치료 기법마다 각각의 치료 기전이 존재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알맞는 침 치료 기법 적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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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혁 교수가 환자에게 침 시술을 하고 있는 모습. 구 교수는 침이 들어갈 때 느껴지는 손의 감각에 집중하고, 침 치료에 대한 환자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면서 정신을 집중한다고 말했다. 사진=강동경희대 한방병원

―침을 놓았을 때 통증이 심한 경우가 있는데, 안전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침 치료의 대표적인 행위인 경혈침술이 1년간 약 9700만건이 청구되었다. 쉽게 말하면 국내에서만 매일 약 25만~30만 명의 환자가 침 치료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적으로도 침 치료는 매우 널리 사용되는 치료 방법이며, 안전성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에서도 침은 매우 안전한 치료 수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침 치료는 침을 찌르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침 치료 전에 지나치게 긴장한 상태에서 침 치료를 받게 되면 어지럼증,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한 침 시술을 위해서 침 치료 전에는 본인이 앓고 있는 질환이나 복용하고 있는 약물을 정확하게 고지해야 하며, 침 시술 이후에는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생 관리에 신경쓰는 것이 필요하다.

―매선침이란 무엇인가.

▲매선침이란 침 치료 기법을 통해 체내에서 녹는 실(매선)을 피부 아래에 매입하는 치료 방법이다. 매입된 매선은 약 1~2개월 동안 서서히 분해되면서 장시간 혈자리를 자극해 혈액순환 개선, 섬유조직 재생 촉진 등 효과를 일으키게 된다. 15~30분 가량 시행하는 일반적인 침 치료보다 오랫동안 자극을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매선침은 어떤 질환과 증상에 주로 시술하나.

▲앞서 언급한대로 매선침은 일반적인 침 치료보다 효과 유지 측면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만성적인 어깨·무릎·허리 등의 근골격계 통증에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안면신경마비 질환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침을 놓을 때 정신을 집중하는 비결은.

▲침을 놓을 때에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서 침이 들어갈 때 느껴지는 손의 감각에 집중하고, 침 치료에 대한 환자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본다.

침 치료에서는 득기(得氣)라는 개념이 중요한데, 어떤 경혈에 침을 놨을 때에 △뻐근한 느낌 △묵직한 느낌 △시큰한 느낌 △찌릿한 느낌 등 적절한 반응이 발생해야 한다. 침 치료를 하면서 의도한 반응이 나타나는지 아니면 의도치 않은 반응이 나타나는지 대화를 하거나 환자의 표정을 살피면서 침 치료에 집중하게 된다.

―진료나 연구에 지칠 때 어떻게 대처하시나.

▲한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스스로의 건강을 챙겨서 환자에게 건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진료나 연구에 지칠 때에는 환자에게 항상 중요하다고 잔소리하는 음식·운동·수면 세 가지의 부분을 스스로 신경 쓰려고 노력한다.

헬스장에서 30~40분 정도 가벼운 운동을 한 다음, 체질에 맞는 속이 편안한 음식을 먹고, 아무 생각 없이 푹 자는 것이 활력을 회복하는 개인적인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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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혁 교수가 환자의 눈과 안색을 살펴보고 있다. 구 교수는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는 어떠한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인술관(仁術觀)을 피력했다. 사진=강동경희대 한방병원

―일상 및 사회 생활에서 자신의 삶에 특별한 에너지를 주는 부분이 있다면.

▲삶에 에너지를 가장 크게 받는 부분은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에너지 넘치게 뛰어 놀고 떠드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체력적으로는 조금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에너지가 회복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개인적인 취미활동으로 축구를 하고 있는데, 매일 건물 안에서만 생활하다가 넓은 운동장에 나가서 팀 동료들과 함께 뛰는 것이 활력을 되찾는데 큰 도움이 된다.

―환자들에게 용기가 될 만한 격려 · 공감의 한 말씀해 달라.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자주 아팠었는데, 좋은 한의사 선생님을 만나서 침과 한약 치료를 받으면서 건강도 되찾고 진로 선택에 대한 영향도 받을 수 있었다.

환자들 중에서도 여러 병원을 떠돌다가 어떤 병원에 갔을 때 마음의 안정을 찾고 치료도 잘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도 어떠한 인연이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환자들이 본인에게 좋은 인연이 되는 의료진을 만나 건강한 삶을 찾기를 바란다.

―국민건강 증진과 한의약 발전을 위한 조언은.

▲한의약이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한의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널리 알려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진료를 하다 보면 침이나 한약에 대해서 제한된 정보만 알고 있거나 잘못된 오해를 갖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어서, 이러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한의약에 어떤 치료 방법들이 있고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잘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한의 치료를 널리 활용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비용적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보장성 확대가 중요하다. 침, 뜸, 부항, 보험 한약 등의 한의 치료는 현재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가 많아서 치료 효과를 알면서도 비용적인 문제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비용적 장벽을 낮추는 것이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의 건강관리는, 좌우명은.

▲건강관리를 위해서 음식과 운동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소화가 잘 되고 다음날 대변 상태가 좋은지 살펴서, 체질에 더 잘 맞는 음식 종류를 파악해 두려고 한다. 또한, 장시간 서서 침을 놓기 때문에 등, 허리, 엉덩이, 허벅지의 근력을 기르기 위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취미로 축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무릎과 발목 건강을 위해서 운동 전후로 흔히 벌침이라고 말하는 봉약침 치료를 하고 있으며, 아프기 전에 미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한의학의 덕목대로 감기 기운이 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상비해 둔 한약을 미리 먹어서 아픈 것을 예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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