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양성모 기자] 최근 증시가 어려운 흐름을 이어가자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생색내기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림제지는 지난 19일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억7650만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 주식 수는 총 3만5000주다. 대림제지는 지난 3분기 매출액 1212억원, 영업이익은 167억원을 기록한 상태다, 4분기 누적 기준으로 200억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 규모에 비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턱없이 작은 상황이다. 특히 자사주 매입 재원인 이익잉여금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1811억원에 달한다.
대림제지가 그간 자사주 매입을 안해 온 건 아니다. 작년에만 7번의 자사주 매입 공시를 냈다. 총 40만주를 매입하기 위해 34억8773만원을 썼다. 잉여금 기준 대비 규모가 크지 않다. 상황이 이렇자 주주들 입장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한 투자자로 예상되는 누리꾼은 포털 종목토론방에 ‘자사주를 살거면 아세아나 신대양처럼 화끈하게 사던지 아니면 무상증자. 소각·배당확대라도 해야 한다’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주주가치 제고란 말을 쓰지말라. 해준 게 아무 것도 없다. 차라리 대림제지가 없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젠 욕도 아깝다’고 일갈했다.
대림제지 주식 상당수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이 보유 중이다. 최대주주인 류창승 대표가 30.81%를, 특수관계인 8인이 보유한 지분은 31.08%다. 이를 합치면 총 557만주로 발행주식총수(900만주)의 61.89%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에 회사가 모아둔 자사주를 소각한 뒤 무상증자를 통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늘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연초 이후 이날까지 일 평균 거래량은 7000주에 불과하다. 주가 부양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림제지 주가는 작년 말 8120원에서 23일 8040원으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우수AMS도 23일 공시를 통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1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공시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만 있을 뿐 소각과 같은 후속조치는 담겨있지 않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사흘에 걸쳐 자사주 46만1940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위해 약 200억원이 투입됐다.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지난 17~18일 양일간 자사주 5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시장에서는 주가방어를 위한 노력의 결과라며 추켜세우고 있지만 주가가 하락한 데 따른 저가매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모습인 것이다.
이처럼 자사주 매입 공시를 내놓은 회사들의 상당수는 소각과 같은 후속조치가 미흡하다. 이에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23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기업의 배당성향 제고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환원책을 유도하기 위한 ‘자본시장 밸류에이션 제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소현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자사주 취득 후 소각하여 발행주식 수가 영구적으로 감소해야 주주는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는 자동으로 영구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며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다가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에 시장에 처분할 경우 유통주식 수는 다시 증가하게 된다"면서 "이 경우 자사주 취득은 일시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데 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