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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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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손님맞이’ 접빈객을 통해 본 조선의 인적 네트워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06 09:40

안동=에너지경제 정재우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은 '손님맞이'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2024년 2월호를 발행했다. 조선 시대 집에 찾아온 손님을 잘 예우하는 풍경을 통해 따뜻한 정이 오갔던 이야기를 살펴본다.


포크가 일기에 그려둔 상차림

▲포크가 일기에 그려둔 상차림 1884년 11월 11일 오전 10시(제공-송영애 박사)

▲접빈객을 통한 세상과의 소통


'조선의 손님맞이와 상차림은?'에서 김현숙 박사(이화여대)는 종부(宗婦: 종가의 맏며느리)가 직접 작성한 일기를 바탕으로 향촌 사회에서 '손님맞이'의 의미를 담았다.


조선 양반가에서 '접빈객'은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이자 사회적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러므로 안주인은 심혈을 기울여 손님을 접대했다.


1849년 말부터 약 16개월의 기록이 전해지고 있는 충남 홍성군 갈산면 수한리 안동김씨 선원파의 종부 유씨 부인 일기를 통해 손님의 사회적 지위에 따른 상이한 상차림를 엿볼 수 있다.




종가의 접빈상 출처 2018년 종가포럼

▲종가의 접빈상 출처 2018년 종가포럼(제공-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손님의 수는 현직에 있을수록, 그리고 높은 관직에 있을수록 증가한다. 따라서 이들의 수는 주인의 사회적 권세와 추종자의 수를 상징했다. 한 예로 1850년 늦가을 손님, 청양 현감에게는 조반으로 육개국(개고기)과 만두, 점심에는 신설로, 오후 간식으로 유자, 석류를 넣은 화채와 사색 정과 등 가문의 품격을 뽐낸 음식을 내었다. 반면 하민에게는 '들충벼(쭉정이가 많고 덜 익은 벼)'를 빻거나, '구즌쌀(지난해 생산된 묵은쌀)'로 밥을 해주었다.


'1884년 전라감영을 찾은 푸른 눈의 손님'에서 송영애 박사(한국전통문화전당 한식창의센터)는 미국공사관 소속 해군 조지 클래이턴 포크(George Clayton Foulk)가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조선의 접대문화를 담았다.


당시 외국인 혼자서 조선인 하인들 17명을 이끌고 여행을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최고의 권력자이며 가장 영향력 있는 민영익(閔泳翊, 1860~1914)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푸른 눈의 손님을 맞이한 전라도 관찰사 김성근(金聲根, 1835~1919, 1883년 2월~1885년 1월 재임)은 첫 음식으로 고구마, 밤, 감, 얇게 썬 쇠고기, 국수 등(a spread of sweet potatoes, chestnuts, persimmons, sliced beef, vermicelli, &c.)푸짐한 음식을 내왔고, 조선어를 조금 알았던 포크는 씨, 배, 죽 등(seed, pear, porridge &c.)은 영어 발음과 비슷하다고 말하며 즐거운 분위기로 이끌었다.


포크는 전라감영에 1884년 11월 10일 도착해 12일까지 2박 3일 간 머물렀는데, 서울 밖에서 본 집 중 가장 멋지고 편안한 곳에서 보냈다. 다음 날 아침 9시에 토종꿀, 밤, 감을 보내고, 10시가 되자 '가슴까지 올라오는 엄청난 밥'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놀라워하고, '관찰사가 특별히 나에게 보낸 것'이라고 생각하며 음식마다 번호를 붙이고 자세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포크의 기록을 바탕으로 송영애 박사가 재현한 상차림

▲포크의 기록을 바탕으로 송영애 박사가 재현한 상차림(제공-송영애 박사)

▲조건 없는 손님맞이


이외에도 웹진 담談에서는 '손님맞이'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스토리웹툰 '독獨선생전' 2화 '술잔 앞에서 노래하다'에서는 홍승지 대감의 사랑채 한 칸을 몇 달간 차지하던 먼 친척 한 명이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게 된 전날, 독선생과 송별주를 마시다 술에 취해 다음 날 일어나지 못한다. 게다가 긴 장마까지 겹쳐 당장 돌아갈 수도 없으니,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손님 접대로 인한 홍대감의 한숨이 코믹하게 담겼다.


'무대 위 손님맞이'에서는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와 마당놀이 '놀부전'을 통해 조건 없는 손님맞이에 대해 다뤘다. 2001년 9.11 테러로 미국으로 향하던 38대의 비행기가 캐나다의 작은 마을 갠더에 불시착하며 벌어진 이야기는 뮤지컬 '컴 프롬 어웨이'로 탄생했다. 멀리서 온 사람들이(come from away) 따듯한 돌봄을 받는 과정은 때로는 긴박하게 때로는 어이없을 정도로 촌스럽지만 따듯하게 그려지면서 그 자체로 인류애가 회복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한국의 고전 '놀부전'의 흥부도 자신을 구박하고 힘들게 한 형을 정성껏 접대한다.


'손님 오신 날'에서 두 아들이 그리워 구천을 떠돌던 임생은 친구였던 정 진사가 두 아들을 머슴으로 부리는 것이 야속해 역귀로 찾아와 복수를 꿈꾸는 이야기를 다뤘다.


웹진 담談 2024년 2월호는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jjw5802@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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