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60년간 오너 경영과 이별하고 사모펀드 새 주인을 맞아 경영 혁신과 기업 이미지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식품업계는 그동안 오너 리스크를 포함한 여러 악재로 남양유업이 기업 이미지와 고객 신뢰도마저 실추된 만큼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달 30일 최대주주가 홍원식 회장 등 3인에서 한앤코19호 유한회사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앞서 대법원이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제기한 주식양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한지 약 4주 만이다.
지분 확보와 함께 경영권을 가져오면서 한앤코는 이미지 제고에 무게를 둘 것으로 관측된다. 이윤을 극대화해 되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앤코는 전문 경영인을 발탁하는 등 체질 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동안 경영권 다툼 탓에 남양유업은 새 대표이사를 뽑지 않고 김승언 수석본부장을 경영지배인으로 선임해 비상경영체제를 이어왔다. 한앤코는 현재 내부 인선 작업 중으로 오는 3월 주주총회 전까지 신임 대표 선임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집행임원제도 도입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맡은 이사회와 업무 집행임원을 별도로 운영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사회의 감독 기능 강화와 함께 집행부의 책임 경영을 이끌어낸다는 취지다.
실추된 이미지 회복을 위한 사명 변경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오너 일가와의 바톤 터치 과정에서 홍씨 일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털어내기 위함이다.
앞서 2013년 대리점 강매 사건을 시작으로 남양유업은 창업주 외손녀 마약 의혹, 불가리스 허위 과장 광고 사태 등으로 불매 운동이 벌어질 정도로 소비자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소액주주들이 사명 변경을 피력하는 점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달 29일 자칭 '남양유업 소액주주모임'으로 밝힌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강제집행과 임시주총소집을 통해 주식인수를 위한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정상화를 서둘러 달라"며 “훼손된 기업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명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공시를 통해 대주주 손바뀜 내용은 밝혔으나 이후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사명 변경과 관련해 한앤코로부터 전달 받은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오너리스크 해소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경영권 분쟁 탓에 남양유업은 경쟁사 대비 사업 다각화에 차질을 빚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백질 음료·식물성 음료 등 신사업 카테고리 매출이 실적을 견인하며 적자 폭이 줄어든 상황에서, 지지부진 했던 신사업 육성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업계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767억원을 기록한 남양유업 영업손실액은 2021년 778억원, 2022년 868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손실액 2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53.6%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
수익 개선에 힘입어 남양유업은 건강기능식품·케어푸드 등 기존부터 전개해온 신사업 육성과 규모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