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음료·외식업체들이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이슬람 할랄(halal)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통상 할랄 식품은 재료부터 제조 과정까지 이슬람교 율법에 따라 허용된 가공 제품만 취급해 공략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올해 10월부터 식품분야 할랄 인증 표기를 의무화하는 등 갈수록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 같은 핸디캡에도 K-푸드 불모지로 여겨졌던 할랄 시장이 황금알을 낳는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소비자인 무슬림(이슬람 교도) 인구 증가세와 함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빅 마켓으로 주목받는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8년 2조2000억 달러였던 할랄 시장 규모는 올해 3조2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19억명(24.7%)이었던 무슬림 인구도 오는 2030년 22억명(25.9%)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식음료·외식업체들도 할랄 시장 선점에 공들이고 있다.
최근 팔도는 인도네시아 할랄청(BPJPH)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은 음료 5종의 현지 수출에 나섰다. 현지 중대형 마트·기업형 슈퍼마켓 위주로 선수출 제품인 밥알 없는 비락식혜(175㎖)와 비락식혜(238㎖) 2종을 선보이고, 수출 안정화 이후 판매 채널 확대와 함께 비락수정과·비락식혜·쿠퍼스 헛개차 등 나머지 제품을 순차적으로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팔도가 할랄 인증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을 마친 어린이음료 '귀여운 내친구 뽀로로'가 대표 사례로, 제품 입점 문턱이 높은 현지에서 영업을 병행해 주요 채널에 제품을 들이는 성과도 거뒀다.
팔도 관계자는 “비락식혜 등 할랄 수출용 음료류와 국내에서 판매하는 기존 제품은 성분 차이가 없다"면서 “음료류 외에도 면 브랜드 등 푸드류까지 할랄 인증 품목을 넓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도 간편식 브랜드인 '비비고'를 새 단장해 할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를 위해 7년 만에 영문자와 한글이 함께 표기되는 방식으로 새 BI(Brand Identity, 브랜드 정체성)을 선보이고, 일본·유럽·미국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 제품 패키지에 순차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CJ제일제당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현지 공장 인력을 확충하고, 유통채널을 넓히는데 집중하고 있다. 생산 역량을 확보해 중동 지역까지 포괄하는 할랄 시장 전진기지로 키운다는 복안으로, 생산 거점에서 만든 제품을 인근 국가로 수출하는 C2C(Country to Country) 전략을 적용할 방침이다.
SPC그룹의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연내 완공 목표로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지역에 할랄푸드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할랄 인증 공장인 만큼 이슬람 금기 식품인 돼지고기 사용 없이 빵과 케이크, 소스류 등 100여개 품목을 생산할 예정이다.
중동 지역 공략을 위한 생산거점 역할도 맡는다. 파리바게뜨는 오는 2033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중동과 아프리카 12개국에 진출할 계획으로, 공장 준공 후 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기존 진출국은 물론 중동지역 할랄 시장에 공급되는 제품 생산을 전담한다.
SPC 관계자는 “까다로운 재료 선별과 함께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 발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특히, 인도네시아 등 기존 진출 지역 내 파리바게뜨 매장이 예상 매출치의 2배를 웃도는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