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이달 들어 '저(低) PBR(주가순자산비율)' 수혜 종목을 위주로 매수세를 올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그간 대형주 밸류에이션이 낮았던 만큼 국내 증시서 대형주 위주의 매수 흐름을 보이던 외국인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4543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현대차를 1조2520억원을 사들였다. 이는 이달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이다. 삼성전자(3757억원)와 기아(3242억원), SK하이닉스(2537억원), 삼성물산(2366억원)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은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도 이달 들어 각각 2224억원, 1806억원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현재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6위, 8위의 기록이다. 7위, 9위 10위는 각각 삼성전자우(2169억원), SK스퀘어(1426억원), 한미반도체(1010억원)이 차지했다.
외국인의 매수세 덕에 주가도 상승세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달 들어 각각 16.8%, 6.95% 올랐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도 각각 9.31%, 8.12% 상승했다.
외국인 순매수 10위권 종목 중 주목되는 점은 자동차주와 금융주 등 대표적인 저PBR 종목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정부가 이달 중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증시의 PBR은 평균 1.05배에 불과해 선진국(3.10배)보다 월등히 낮다는 평가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가 1주당 순자산의 몇 배로 매매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낮을수록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증권가에서는 저PBR 종목에 대한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저PBR주 모멘텀은 적어도 총선이 예정된 4월까지 유효할 것"이라며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이 구체화되면 저PBR 테마에 더 이목이 집중될 텐데, 이익 모멘텀과 배당 등을 고려했을 때 자동차나 금융업종을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발표와 외국인 수급으로 인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세부 정책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저PBR주 찾기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며 "단기 밸류에이션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 확대 및 PBR은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PBR주의 추세적 상승은 유효하나,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고 기업들이 적극 동참하면 자동차, 금융, 운송, 에너지 등 업종은 재평가가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한 템포 쉬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차익실현 매물 나오면서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저PBR 종목 중 자기자본이익률(ROE)가 우수한 기업 등을 주목해야 할 시기란 조언이 나온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저PBR주가 테마주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단기간에 과열된 측면이 있었던 만큼 차익실현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배당 모멘텀 등을 고려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