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휠라가 부진한 실적 타개책으로 브랜드 고급화 전략에 주력하며 올해 경영개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고가의 프리미엄 라인 신설'이라는 강수를 뒀다는 점에서 휠라의 절박함과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지만, 그동안 '가성비 브랜드' 이미지로 구축해 온 휠라 고객층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고급화 전략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휠라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가을·겨울(FW) 시즌을 목표로 프리미엄 스포츠웨어 브랜드 '휠라플러스(FILA+)' 출시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휠라플러스는 고급 소재를 활용한 의류·신발·액세서리 등으로 과감하게 전환해 기존 제품군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을 높인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수를 건다는 게 핵심이다.
휠라는 앞서 조직 개편 단계부터 인지도가 높은 외부인사를 수장에 앉히는 등 휠라플러스에 공들이고 있다.
올해 초 영국 스케이트웨어 브랜드 '팔라스(Palace)' 창립자인 레브 탄주(Lev Tanju)를 휠라플러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임명했다. 뉴욕 '슈프림(Supreme)'과 함께 팔라스는 글로벌 스트리트패션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만큼 이를 총괄하는 레브 탄주 CD도 패션업계 유명인사로 꼽힌다.
특히, 윤윤수 휠라 회장이 직접 나서 진행 현황을 점검하는 행보까지 보이면서 사업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실제로 윤 회장은 지난 1월에만 레브 탄주 CD와 두 차례 만나 휠라플러스 사업 방향성을 집중 논의했다.
일단 휠라가 브랜드 프리미엄화에 나선 것에 패션업계는 저조한 실적에 따른 '묘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주사인 휠라홀딩스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 3조 2457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2.1% 크게 감소한 3448억원의 저조한 실적을 올렸다.
흴라코리아·휠라USA를 담당하는 주요 사업인 휠라 부문도 전년과 비교해 32% 감소했다. 증권업계 추정대로라면 4분기도 100억원대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휠라홀딩스는 중국 소싱센터를 기반으로 신발 샘플을 제작하는 사업 모델과 함께 자체 프로모션으로 가성비 높은 제품을 선보여 왔다. 다만, 재고 소진 목적으로 도매점(홀세일)별 프로모션까지 더해지면서 할인 폭이 커진 탓에 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새겨진 데다 매출 감소까지 덧대진 상황이다.
결국 휠라플러스 카드는 가격 통제력이 낮은 홀세일 비중을 줄이고 객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라인을 신설해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꾀하는 이중포석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실제로 휠라홀딩스는 오는 2026년까지 국내 도매 비중을 40%에서 20%로 줄이되 온라인 비중을 10%에서 20%로, 오프라인 소매(리테일) 비중을 50%에서 60%로 각각 늘린다는 목표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휠라가 착한 가격을 내세워 10~20세대 중심으로 사랑받아 온 만큼 프리미엄 전략이 오히려 '독이 든 사과'가 될 가능성을 조심스레 우려하고 있다.
대표 히트작인 6만원대 코트화 '코트디럭스'만 봐도 저렴한 값에 학생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2016년 9월 출시된 지 15개월 만에 100만족이 팔려나갔다. 이듬해 같은 가격대로 나온 어글리슈즈 '디스럽터2' 역시 출시 1년 6개월만에 판매량 1000만족을 달성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고급 이미지로 신규고객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만큼 기존에 보유한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면 “싼 가격임에도 괜찮은 품질이 휠라의 가장 큰 강점인데 차별화된 상품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도저도 아닌 '리브랜딩 사례'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