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통합 신당으로 출범한 개혁신당이 거듭 보수 색채를 희석하는 모양새다.
이기인 개혁신당 대변인은 14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제가 개혁 보수를 표방하는 제3 정당에도 있어 봤고 또 큰 보수 정당에도 몸담아봤지만 보수인지 진보인지 구분하는 관점이나 평가야말로 결국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며 “개혁신당 각자의 구성원이 어떤 것을 스스로 내려놓고 양보하면서 더 큰 물줄기를 만들려고 하는지, 그래서 저희가 깨려고 하는 정치의 악습이 무엇인지 먼저 같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념 규정에 대한 즉답을 피하면서, '보수' 보다는 '개혁'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변인은 이준석 대표 등과 이념 성향이 가장 먼 것으로 평가되는 류호정 전 의원 합류에도 “지금 젊은 세대가 갖는 젠더 문제라는 게 얼마나 심각한지 좀 더 부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개혁신당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생각이 다르더라도 대화가 될 수 있구나' 하는, 민주주의의 본령이라는 걸 오히려 부각할 수 있는 계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류 전 의원) 뜻과 주장들이 주류가 되려면 당의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가지고 당의 의견으로 대표되는 의견으로 설정돼야 될 텐데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다소 속도를 조절했다.
통합 뒤 지지층 역시 진보 보다는 보수에서 이탈이 비교적 뚜렷한 상황이다.
기존 개혁신당 측 인사들은 이준석 대표가 전날 당원들에 직접 사과 메일을 보내는 등 연일 자세를 낮추고 있다.
이 대변인은 이날도 “시간을 저희가 충분하게 두고 양해드리지 못한 점이라든지 통합에 대한 기존의 기조와 입장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된 점 등을 다시 한 번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새로운미래 출신 당원들 분위기와 관련, “일부는 탈당하셨고 일부는 바로 또 재입당하겠다는 분도 계시고 비교적 조용한 편"이라고만 전했다.
이낙연 대표는 총선 정국 흐름과 관련해서도 “국민의당과 지금 개혁신당의 차이를 '당시 국민의당은 호남에서의 열기가 북상해서 수도권으로 왔다'고 말하는 분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도권에서 먼저 열기가 조성되고 그것이 호남으로 남하할 것'이라고 보는 분들이 계신다"며 “그 분석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도권·호남 의석을 둔 경쟁은 국민의힘 보다는 민주당 의석수를 획득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낙연 대표 본인 역시 “출마 여부는 좀 상의하겠지만 출마한다면 광주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메시지를 연일 강조하는 상황이다.
반면 이준석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본인 외에는 영남에 출마할 수 있는 인물군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취지의 지적에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른 옵션들도 열어놓고 고민 중"이라고 신중론을 취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공천 탈락 의원들이 거대 양당 의석수 차이 등으로 인해 국민의힘 보다는 민주당에서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문재인 정부 출신 최재성 전 정무수석도 이낙연 대표에 앞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영남 공천 조율을 “꽤 정무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라고 호평했다. 반면 민주당 수도권 의석 조율에는 “일관적인 기준을 갖고 해도 이러쿵저러쿵하는 건데 그런 것들이 흔들리게 되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 역시 같은 방송에 뒤이어 나와 “영남 중진들 같은 경우에는 이준석 대표한테 좀 절이라도 해야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개혁신당 출현으로 국민의힘이 공천 시기를 늦추고 경선 주의를 채택해 현역 이탈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개혁신당은 양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 중에서도 민주당 출신 의원에 더 적극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 대변인은 국민의힘 출신 황보승희 의원 영입설에는 “통합 전이나 통합 후나 공식적으로 영입 제안한 바 없다"고 일축했지만, 민주당 비례대표 출신 양정숙 의원에는 “능력이 있는 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통합 후에 영입 제안을 했고 지금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준석 대표는“의원 영입도 그렇고 말이 앞서 나가면 다른 정당에서 또 포섭하러 들어가기 때문에 저희가 웬만하면 실현되기 전까지는 잘 언급 안 한다"며 이런 영입설을 함구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개혁신당 '이념 조율'로 인한 손실이 이준석 대표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 전 수석은 “제일 안타까운 것은 그냥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준석 대표"라고 지목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는 의석수의 문제가 아니고 어차피 보수라는 큰 그라운드에서 다시 자기 정치를 하고 역할을 해야 되는 운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제3지대 통합으로 그것이 없어졌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도 제3지대가 다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