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또 상단 초과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유독 확정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최상단을 뚫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공모가격은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밴드 상단을 초과하는 가격을 제시하거나 가격을 미제시한 기관 투자가 비율이 높으면 공모주의 기존 희망가 범위보다 높게 확정된다.
현대힘스, 우진엔텍, 포스뱅크 등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공모주 모두 밴드 상단을 초과한 공모가를 확정했다. 올해 첫 조단위 대어급 IPO로 기대를 모은 에이피알 역시 이달 초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밴드(14만7000원~20만원) 상단을 초과한 25만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매번 공모가가 밴드 상단을 초과하면 공모가 희망밴드가 무의미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고 수요예측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수요예측 제도는 해당 기업의 가치를 분석해 적정한 공모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진행되는 제도다. 하지만 최근 IPO 시장에서는 그 의미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모가 최상단을 초과해 공모가가 확정되는 경우가 늘어나자 밴드 내에서 가격이 확정되면 오히려 흥행에 걸림돌이 되는 분위기다.
높은 공모가에도 IPO 시장으로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높은 공모가=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투자자들에게 각인되면서 투자 수요를 더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올 들어 상장 첫날 따따블을 기록한 기업들은 모두 공모가가 밴드 최상단을 초과했다.
기업가치가 높고 주가도 높게 거래되는 사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재 IPO 시장은 과열 양상으로 가면서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수요예측 흥행이 따따블을 기록해도 다음날 차익 실현 수요로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뒤늦게 매수한 투자자들은 피해를 보는 상황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공모주를 상장 당일 매도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당연하게 통용되고 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