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선 공천을 진행 중인 각당의 리더십이 엇갈린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각 당 지지율 수준이 비슷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과다, 국민의힘은 과소 의석을 보유하면서 '공천 난이도'가 다르게 설정되는 모양새다.
당장 최대 의석이 걸린 수도권 공천과 관련해서도 국민의힘이 민주당 보다 한발 앞선 상황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4일 서울 19개 지역구의 단수 공천 대상자를 발표했고, 경기와 인천의 단수 공천자는 15일 발표할 예정이다.
반면 민주당이 단수 공천을 확정한 수도권 지역구는 서울 강남갑, 경기 여주양평, 이천 등 3곳뿐이다.
이런 격차는 각자 공천 탈락시켜야 하는 의원들 수가 다르다는 점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민주당은 직전 21대 총선에서 수도권에서만 103석을 싹쓸이하며 압승했다. 그러나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발표되는 지지율 수준으로는 이런 압승까지 목표로 두긴 힘든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 역시 이번 총선 목표를 151석으로 제시해 지난 총선 180석에서 낮춰 잡은 바 있다.
국민의힘 단수공천이 결정된 서울 19곳 중 4곳을 제외한 15곳도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고, 민주당 단수공천 지역인 3곳은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 극도의 수도권 열세 속에서도 이긴 텃밭 지역이다.
이밖에 애초 보수 우세로 전망되던 제3지대 개혁신당 내부 구성 가운데 진보 색채가 짙어지는 점도 민주당 공천을 늦추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공천 탈락자들이 무리 없이 개혁신당으로 옮겨 출마한다면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승부가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공천 난이도 격차로 인해 각 당 대표가 보이는 입장에도 온도차가 선명하다.
빠르게 공천 작업을 진행 중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사람을 보면서 룰을 계속 바꾸면 누가 그 공천에 승복하겠나. 우리는 룰을 공관위 첫날 확정했다"며 재차 '시스템 공천' 원칙을 자신했다.
반면 이 대표는 후보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교통정리'에 나서면서 이에 따른 반발 역시 직격타로 맞고 있다.
경기 광주을 지역에 도전했다가 이 대표 전화를 받은 문학진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이 대표가 1월 27일 전화해 '형님이 꼴찌 했데요'라고 말했다"면서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를 전달해줬다고 밝혔다.
문 전 의원은 이에 “'친위부대'(안태준 당 대표 특별보좌역)를 꽂으려다 보니 납득할 수 없게 수치를 조작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를 “당의 정식 조사 결과"라고 전하며 “그분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은데 그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3선 중진인 인재근 의원도 이 대표로부터 이런 연락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4선 도전을 공식화했던 인 의원은 이날 입장을 바꿔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출마 여부를 이 대표와 논의했다는 점을 긍정하면서 “내가 오랫동안 생각해 온 것과 대표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당 지도부에 요구한다. 국민이 보기에 합당한 통합공천을 기대한다"며 현재 당 상황이 통합공천과는 거리가 먼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 의원은 이재명 지도부가 영입한 김남근 변호사를 자신의 지역구에 전략공천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내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신 최재성 전 정무수석 역시 이날 KBS 라디오에서 당 공천 상황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국민의힘 영남 공천 조율에는 “꽤 정무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라고 호평한 반면, 민주당 수도권 의석 조율에는 “일관적인 기준을 갖고 해도 이러쿵저러쿵하는 건데 그런 것들이 흔들리게 되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