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을 모르는자는 금융을 할 수 없게 됐고 금융을 모르는자는 금융을 하다 더 낭패를 보게 됐다."
박소정 서울대학교 교수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보험연구원과 한국금융소비자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디지털 금융의 문제와 디지털 금융이해력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이날 디지털 금융시대에 금융소비자가 겪고 있는 새로운 문제점들을 제시하고, 현 상황에 적합한 금융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가 꼽은 디지털금융의 가장 큰 문제는 먼저 디지털 역량이 떨어지는 디지털 취약계층에게서 오히려 금융 사용 접근성이 떨어지는 '금융소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금융사기나 불공정 거래의 위험이 커질 수 있고, 디지털 금융으로 개선된 금융 접근성과 사용 편의성은 과소비·과다대출·청소년 도박·부적절한 수준의 위험보유를 비롯해 너무 잦은 주식거래 등 부정적 금융행동편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위험요소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소비자의 디지털 금융이해력 수준이 대체로 낮은편이기에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2년 기준 금융감독원·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이해력은 OECD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 48% 성인이 요구수준인 70점 이상의 금융이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금융이해력은 OECD 평균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디지털 금융이해력의 최소 목표 수준인 70점 이상 비율이 OECD 평균은 34%였으나 우리나라는 10%였다. 국내 10%가량의 성인 만이 요구수준인 70점 이상의 디지털 금융이해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이해력은 건전한 금융의사결정을 통해 개인의 금융복지를 향상시키는 데에 필요한 인지·지식·기능·태도의 조합이며, 디지털 금융이해력은 디지털 금융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 금융 활용은 높은 수준이며, 디지털 금융이해력이 낮은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디지털 금융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디지털 금융 소외뿐 아니라 잘못된 활용으로 인한 문제에 대한 논의와 개선이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박 교수는 진단했다.
박 교수는 디지털 금융의 바람직한 활용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기업과 정부, 소비자, 교육계 모두가 디지털 금융 및 금융이해력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포용적 디자인을 통해 디지털 취약층의 디지털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안전한 디지털 금융 사용을 위한 디지털 및 디지털 금융 교육을 확대해야 하며 △금융활용 시작 연령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금융이해력의 조기교육이 필요하고 △디지털 금융앱은 소비자의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도록 설계·규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가장 큰 디지털금융의 특징은 개인의 DIY다. 매 순간의 유연한 판단과 충동성이 실행되기 쉬운 점이 디지털 금융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디지털이 왕성하니 디지털을 강화하자는 시각이 아니라 기본 금융교육을 더욱 강화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의 경우엔 과도한 매도와 매수가 기업 수수료수익으로 이어지지만 투자자에게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자행위를 유도하는 넛징행위가 디지털에서 매우 많이 노출돼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인프라 구축과 제도개선 및 소비자 디지털 역량 강화와 금융이해력의 증진이 동시에 균형감 있게 개선되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