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3일(수)
에너지경제 포토

박효순

anytoc@ekn.kr

박효순기자 기사모음




[헬스&에너지+] 고지혈·고혈압에 여전히 흡연…심근경색 무섭지 않나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18 17:10

연간 13만명 이상 발생 남성이 75%…협심증 전조증상
콜레스테롤 쌓이는 죽상경화증, 동맥경화 등 주요 원인
40~50% 혈관협착 땐 조영술…결과 따라 스텐트 시술
금연에 혈압·혈당·고지혈 치료, 운동관리로 ‘만사혈통’

서울 대학병원의 심혈관조영술 회복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더 정확하게 진단 받으려면 심장CT나 심혈관조영술이 필요하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 심혈관조영술 회복실에서 간호사가 환자의 손목 지혈을 도와주고 있는 모습. 사진=박효순 메디컬 객원기자

#사례1. 50대 후반의 전업주부 A씨는 한 달 전쯤 가슴 명치 위 부위가 조이고 뻐근한 증상이 2∼3일 동안 지속돼 종합병원 순환기내과 협심증·심근경색 전문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았다. 의원급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진료를 하며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을 복용한 지 거의 10년이고, 가끔 속이 쓰리고 가슴이 답답한 정도의 증상이 일시적으로 있었지만 특별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


A씨는 의료진에게 주요 증상과 병력을 얘기하며 “심장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돼 진료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의사는 검사일을 지정하며, 오전에 심장초음파와 운동부하검사를 하고, 상태를 봐서 다음날 오전에 '관상동맥조영술(심혈관조영술)'을 해보자고 했다.


A씨는 심장초음파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으나, 운동부하 검사에서 시속 2㎞, 3㎞, 4㎞, 6㎞로 러밍머신(트레드밀) 위를 속도와 경사도의 차이를 두고 걷는 총 4단계 중 2단계에서 중단해야 했다. 숨이 너무 차고 맥박이 급격히 빨라지고 심장이 조이는 증세가 심해 검사를 중간에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의사는 검사 결과를 토대로 심혈관조영술 처방을 내렸고 A씨는 검사에 동의했다. 그런데, 검사결과는 의외였다. 3개의 심장혈관(관상동맥) 중 1곳도 협착이 진행된 것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A씨는 추가 진료를 통해 위식도역류질환(역류성 식도염) 소견이 나와 관련 약물처방을 받았다. 이전에 운동부하 검사를 제대로 받지 못한 이유는 평소 유산소운동을 거의 하지 않아 심폐기능이 크게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사례2. 60대 후반의 B씨는 해외여행 중 가슴부위 통증이 지속적으로 생겨 협심증 환자들이 지니고 다니는 '니트로 글리세린'이라는 약물을 복용하고 일정을 당겨 간신히 귀국했다. 이 약은 심혈관을 확장해주는 응급약물이다. 혀 밑에 녹여서 먹는다.


B씨는 몇 년 전부터 협심증 진단을 받고 혈압약, 고지혈증약, 혈액순환개선제 등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니트로 글리세린을 처방받아 항상 휴대하고 다녔던 것이다.


귀국 당일 곧바로 자신이 다니던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심전도, 엑스레이, 심초음파 등 몇 가지 검사를 받고 다음날 외래진료를 통해 심장CT를 찍은 후 결과에 따라 심혈관조영술을 해서 필요 시 혈관을 확장해 주는 스텐트 시술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에 흉통이 심하게 발생해 119구급대를 불러 응급실에 갔다. 그날 오후에 심장CT를 생략하고 심혈관조영술을 바로 실시한 결과 관상동맥 한 곳에서 우려할 정도의 협착이 나왔다. 그리고 심혈관이 얇아 스텐트 시술이 어렵다는 의료진의 판단 아래 풍선 확장술을 받았다. B씨는 며칠 간의 안정을 취한 뒤 현재 은인자중하며 정상생활을 즐기고 있다.



의료계에 '만사혈통(萬事血通)'이라는 말이 있다. 피가 잘 통해야 건강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전신에 피를 뿜어주는 심장의 큰 혈관은 3개다. 이것이 심장을 둘러싸고 모양이 왕관처럼 보인다고 해서 관상동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혈관들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중증 응급질환인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심장혈관이 좁아진 것을 알려면 심장CT를 찍은 후 심혈관조영술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략 심장CT의 정확성은 70%이다. 따라서 40∼50% 이상의 협착 소견이 나오면 심혈관 조영술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스텐트 시술 여부는 심장CT만으로는 결정하지 않고 심혈관조영술 결과에 따라 이뤄진다.


A씨나 B씨처럼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가슴 부위의 조임, 흉통 등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통계를 보면, 협심증 연간 진료인원은 2018년 66만 7456명에서 2022년 70만 5722명으로 늘어났다. 남녀 비율은 6대 4로 남성이 많다. 심근경색은 2018년 11만 733명에서 2022년 13만 1759명으로 증가했다. 남성이 약 10만명, 여성이 약 3만명 수준이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좁아져 있지만 완전히 막히지 않은 상태다. 평소에는 증상이 없지만 무리를 하거나 힘든 일을 할 때 가슴 통증 혹은 호흡곤란이 발생한다. 보통 휴식을 취하면 짧게는 1~2분, 길게는 10분 정도 지속되다 증상이 사라진다.


그러나 심장혈관 3개 중 하나라도 완전히 막히면 피가 안 통하면서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심장 전체 또는 일부분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중단되면서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격렬한 가슴 통증이 15~20분 이상 계속된다. 증상이 체한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심근경색에 신속히 대처를 못하면 심부전(심장기능 저하)이 생기고 결국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반대로 역류성식도염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위에 언급한 사례1의 경우다.


협심증이 심하거나 심근경색이 오면 최대한 신속하게 병원 응급실로 가야 한다. 환자가 가슴을 움켜쥐면서 쓰러졌다면 119구급대를 부른 후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 119구급대원이 오기 전까지 가슴부위 심장 옆 가운데 명치끝 바로 위를 1분에 120회 정도 매우 빠르게 강하게 압박해 준다. 주변에 자동심장충격기(AED)가 있으면 매뉴얼대로 사용하면 더 좋다. 응급실로 옮기는 동안에도 가슴 부위를 계속 강하게 압박해준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에는 증상에 따라 약물(혈전 용해제) 치료, 심혈관조영술을 통해 스텐트나 특수 풍선으로 막힌 혈관을 넓히는 혈관확장술(관상동맥중재술), 막히고 손상된 관상동맥을 다른 신체의 혈관으로 대체하는 관상동맥우회로술(개심술)을 시행한다.


심장 스텐트란 손목이나 사타구니 부위의 혈관을 통해 기구를 심장까지 접근시켜 막힌 혈관을 개통한 후 다시 좁아지지 않게 미세한 금속 그물망을 설치하는 시술이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원인은 관상동맥의 혈관벽에 수도관이 녹이 스는 것처럼 끈적끈적한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죽상경화증이다. 동맥이 탄력을 잃고 뻣뻣해지는 동맥경화도 문제다. 죽상동맥경화증이 계속 진행되거나 이로 인해 협심증·심근경색 등을 경험한 사람들은 약물치료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예방적 차원에서 심혈관조영술을 통한 관상동맥중재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관상동맥 1곳이 막힌 경우 환자의 절반 이상이 다른 심장혈관에도 심한 협착이 있었다. 이런 환자들은 혈관에 쌓인 피떡(혈전)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 심근경색을 초래하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심근경색을 피하려면 선행질환인 협심증을 예방해야 한다. 협심증을 막으려면 죽상동맥경화증을 예방하고 적극 치료해야 한다. 흡연·고혈압·이상지질혈증·비만·운동부족이 죽상동맥경화증의 주요 원인이다.


첫걸음은 금연이다.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을 개선하고 치료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꾸준한 운동으로 뱃살을 빼고 정상체중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권오성 교수는 “젊은 나이부터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인 이상지질혈증을 갖고 있으면 심근경색 등 합병증이 이른 나이에 올 수 있다"면서 “콜레스테롤은 향후 혈관 문제에 직접적인 원인인자이기에 건강검진에서 수치가 높으면 이를 인지하고 경각심을 갖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