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이 네이버에 대한 증권가의 저평가 전망 속에서도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금융주와 자동차주 등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주의 단기 수급은 나빠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한 달간 네이버 주식을 2347억원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9396억원을 순매수 한 것과 정반대의 흐름이다.
네이버의 주가도 변동성이 커졌다. 네이버는 지난 한 달간 6.67% 하락했다. 지난달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와 오픈 인공지능(AI)의 GPT스토어 출시로 23만원대까지 반등했지만, 현재 20만원 초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의 사상 최대 실적도 주가를 움직이긴 힘든 모습이다. 앞서 네이버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2일 9.38% 급등했지만,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상승폭을 반납하기도 했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액은 9조6706억원으로 전년(2022년) 대비 17.6% 늘었다. 영업이익은 1조4888억원으로 같은 기간 14.1% 증가했다. 이는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다.
이는 외국인의 저PBR 종목 쏠림 현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외국인은 PBR가 1.4배 수준에 달하는 네이버를 1개월 간 팔아치웠지만, 현대차(0.6배)나 KB금융(0.5배) 등은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의 단기 주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2분기 이후 수급 현황 개선과 함께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의 개인화된 광고와 커머스 추천 등이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네이버를 향한 투자심리도 개선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유저 개인의 구매 내역, 검색, 콘텐츠 소비 등의 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엄청난 개인화된 슈퍼 플랫폼이 될 수 있는데, AI를 통해 이를 조금씩 구현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간거래(B2B) AI 사업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클로바와 같은 서비스가 공개되고 있고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한국은행 등과의 레퍼런스가 쌓이고 있어 관련 성과도 점차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숏폼 콘텐츠 '클립'과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이 빠르게 시장에 정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네이버는 이달 말 트위치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가운데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치지직의 서비스 경쟁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치지직은 전일부터 별도 신청 없이 누구나 치지직스튜디오 접근과 방송이 가능하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간 네이버는 심사를 통과한 스트리머에게만 치지직 방송권한을 줬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치지직 채널 수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치치직 등 사업군을 넓히면서 비용효율화가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비용효율화가 진행 중인 만큼 이익 성장이 가시화될 것"이라면서 “네이버의 올해 추정 PER 26배는 역사적으로도 낮은 수준으로 판단되고, 네이버의 시장 지배력이 크게 변동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여전히 계속 매력적인 가격 구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