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일회성 이익 덕분에 작년 순이익이 7배 급증, 10대 증권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른 자기자본 증가로 연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위 도전에 청신호가 켜진데다 오익근 대표이사 연임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러나 이번 순이익 상승이 자회사 배당에 의한 것인 만큼, 일반적인 실적 성장에 대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게 됐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 2조원 이상 10대 대형사 중 대신증권이 작년 연간 순이익(별도 기준) 6881억원을 거두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22년 연간 순이익이 865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1년 새 700% 가까이 오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와 함께 별도 기준 자기자본도 크게 성장했다. 지난 2022년에는 2조원 규모에 불과했지만, 1년 새 8000억원이 늘어 2조8529억원을 달성했다. 대신증권의 자기자본 규모가 10대 증권사 중 최저 수준이면서 최대 순익을 올린 것이다.
대신증권의 순익 성장은 지난 3분기 자회사로부터 480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수취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는 이익잉여금과 함께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이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직전 해 대비 증시를 둘러싼 매크로 환경이 개선되며 위탁매매 수수료 및 운용 부문 수익도 회복됐다. 작년 3분기 기준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620억원)은 전년 대비 53%, 트레이딩 수익(365억원)은 흑자전환했다. 기업공개(IPO) 실적을 기반으로 투자금융(IB) 부문도 개선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차액결제거래(CFD)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도 기여를 했다. 작년 상반기 기준 대신증권의 충당금 적립액은 170억원 수준, PF 익스포저는 중 브릿지론 비중은 14%에 불과했다.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이 3조원까지 불과 1500억원 정도만 남은 현재, 연내 이익잉여금과 추가적인 자본 조달을 통해 종투사 지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키움증권에 이은 업계 10번째 종투사로써 IB 영업 확장, 초대형 IB로의 도약을 목전에 둘 것으로 기대된다. 종투사로 지정될 경우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200%까지 늘어나 IB 경쟁력의 상당한 제고를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 대신증권은 본사가 위치한 '대신343' 사옥 매각을 여전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재 대신증권을 이끄는 오익근 대표이사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이후 지휘봉을 잡은 오 대표는 작년 증권업계를 뒤흔든 부동산 PF나 CFD 사태 등을 피하면서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호평받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의 IB 기틀을 마련한 오 대표의 실적을 고려하면, 내년 종투사 지정을 위해서라도 오는 3월 주총에서 한 차례 더 연임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단 대신증권의 중장기 실적 성장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별도 이익의 대부분이 '계열사로부터의 배당'이라는 일회성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번 연간 당기순이익에서 계열사 배당금을 제외할 경우 약 2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배당금 수익이 제외되고 대신증권의 종속회사 실적이 합산되는 연결 기준 순이익은 1563억원에 불과해, 별도 순익을 밑돈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대신증권은 리스크를 비켜 나갔지만, 주요 종속회사의 충당금 적립 규모가 커 그만큼 영업이익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자회사들의 남은 이익잉여금도 배당 형태로 대신증권이 모두 가져가 버린 형태여서, 향후 대신그룹의 지속 가능한 이익 창출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정식 사업보고서가 나오기 전이어서 구체적으로 어느 계열사가 어느 정도 실적을 냈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며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면 대표 연임 여부까지 정확히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