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신화'를 잇기 위한 글로벌 라면브랜드를 키우는데 분주하다.
모자 지간인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과 장남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CSO) 상무가 나서 해외 시장 진출에 공들이는 만큼 핵심 과제로 꼽힌다.
21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조1929억원, 영업이익 1468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1%, 62% 오르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80% 가량을 차지했으며, 대부분이 불닭볶음면 판매로 발생해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삼양식품은 본업인 라면 사업에서 불닭볶음면에 버금가는 신제품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삼양식품은 일본 식품·유통 무역전시회인 '슈퍼마켓 트레이드쇼(SMTS) 2024'에 참가해 프리미엄 건면 브랜드 '탱글'을 공식 출시했다. 행사 당시 김정수 부회장이 직접 브랜드 소개에 나설 정도로 기대감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달 말부터 현지 500여개 매장에서 판매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탱글은 지난해 6월 미주 지역에서 첫 선보인 수출 전용 라면 브랜드다. 이번 일본 시장을 기점으로 아시아 지역까지 수출 영역을 넓힌 것이다. 향후 중동·유럽까지 추가 진출도 예고된 상황이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탱글 제품은 미주 지역과 마찬가지로 불고기크림파스타·김치로제파스타 2종이다. 맛은 같지만 패키지 디자인을 달리 적용한 것이 특징으로, 향후 일본 소비자 입맛을 고려한 맞춤형 상품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회사의 설명이다.
특히, 공식 출시 전 탱글은 일본 내 슈퍼마켓 체인 위주로 약 30만개를 선발주 받는 성과도 거뒀다. 생면 같은 식감과 불고기·김치 등 한국적인 맛으로 업계 관계자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 주효했다. 13일부터 세이유·이온·라이프 등 현지 슈퍼마켓 점포에서 선판매도 시작한 상황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SMTS2024 전시회에서 탱글 제품 시식을 진행했는데, 전체 인원 중 70%가 탱글탱글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고 응답했다"면서 “이 같은 장점을 갖춘 프리미엄 건면 제품임을 앞세워 구매력을 갖춘 20대~40대 여성 타깃으로 확판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닭 신화를 쓴 어머니 김 부회장에 이어 전병우 상무도 주력 제품인 매운 국물라면 '맵탱'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맵탱은 전 상무가 직속조직으로 라면 태스크포트(TF) 팀을 신설하고 기획·개발 과정까지 참여한 야심작이다.
지난해 8월 국내 출시된 후 맵탱은 한 달 만에 300만 개가 팔리는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신라면 더레드·마열라면 등 경쟁사 신제품에 밀려 인기가 지속될지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맵탱 출시 후 반년이 다 돼가지만 업데이트된 판매량을 공개되지 않고 있어 이 같은 추측에 신빙성이 더해지고 있다는 업계 분석이다.
이에 매운맛을 앞세워 불닭볶음면이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둔 만큼 글로벌 시장으로 방향을 튼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맵기를 나타내는 스코빌지수 기준으로 보면 맵탱(5000SHU)은 불닭볶음면(4404SHU) 대비 높은 수준이다. 매운맛 챌린지와 함께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는 점에서 같은 노선을 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 초 전 상무는 맵탱 BM(브랜드마케팅)팀 내 글로벌BM파트 인력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포지션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시장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담당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