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에게도 희소식을 전했다. 엔비디아를 기초자산에 직접 포함하는 상품은 물론,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반도체 대장주인 만큼 관련 테마 ETF들의 수익률도 전체 ETF 중에서 상위권을 독식했다. 증권가에서는 AI 및 반도체 섹터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재확인, 국내에서도 반도체 관련주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치를 훨씬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엔비디아는 작년 4분기 매출 221억달러(한화 약 29조503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력 사업인 AI용 그래픽카드(GPU) 생산 부서인 데이터센터 매출액이 184억달러로, 전년 동기(36억2000만달러) 대비 5배 증가한 것이 호실적에 기여했다.
간밤 뉴욕증시 정규 장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 월가 일각에서 제기된 어닝쇼크 가능성이 부각되며 2.85% 떨어진 674.72달러에 마감했다. 그러나 정규 장 마감 직후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이 발표되자 4시간 동안 열린 애프터마켓에서 9.07% 급등, 735.94달러까지 올랐다.
엔비디아의 주주뿐 아니라 ETF를 통해 간접 매수한 투자자들도 이날 국내 증시가 열리면서 상당한 수익률을 올렸다. 코스콤 산하 ETF 정보 플랫폼 ETF체크에 따르면 기초지수에 엔비디아를 약 10% 비중으로 포함한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 ETF가 5%가 넘는 상승을 보이며 전체 ETF 가운데 선두에 섰다. 엔비디아를 포함해 매그니피센트7 종목에 투자하는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 ETF도 4%대 중반 수익률로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글로벌 AI·반도체 대장주인 만큼, 반도체 업종 전망 기대감이 높아지며 엔비디아를 직접 포함하지 않는 AI·반도체 테마 ETF들도 모두 큰 수익률을 보였다. 상기한 '엔비디아 ETF'를 포함해 이날 ETF 수익률 1위부터 13위까지 모두 AI 및 반도체 관련 ETF가 차지했다. 개중에는 일본 반도체, AI반도체, 생성형AI, 반도체밸류체인, 반도체 소부장 테마 ETF들도 포함됐다.
호실적에 의해 급등한 엔비디아의 시간외 매매가가 아직 ETF들의 순자산가치(NAV)에 인식되지 않은 만큼, NAV와 시장가격의 괴리율 폭도 엄청났다.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 ETF의 경우 이날 괴리율이 6%를 넘어섰으며,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 ETF의 괴리율은 5%대였다. 통상 ETF 괴리율이 2%를 넘어설 경우 시장가격이 과열됐다고 평가하지만, 이날 엔비디아의 시간외매매 종가가 크게 올랐던 만큼 별다른 이슈가 없다면 정규 장 종가에 반영돼 금방 해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당초 우려와 달리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거두자, AI 시장 확대가 확인됐다며 향후에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더불어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생성형 AI 서비스, 로봇 산업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국내 증시에서는 AI산업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주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있으리라는 해석이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4분기 데이터센터 매출 중 40%가 AI추론으로부터 발생, 본격적으로 '추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며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산업 성장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국내에서는 AI 산업에 필수적인 HBM 관련주들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