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단통법)이 1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단통법 폐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강조하지만 정작 업계나 소비자 반응은 시큰둥하다.
단통법은 첫 시행 때 취지가 무색할 만큼 그간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른바 휴대폰 성지는 전국 곳곳에서 성행해왔고,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차별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단통법 시행 이후 소비자들이 유통 대리점 간 가격비교를 할 수 없게 되면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성지 정보와 암호 가득한 시세표를 입수한 소수의 소비자들만 더 큰 혜택을 보는 형국이었다.
문제는 단통법이 사라진다고 해도 단말기 구매 가격이 큰 폭으로 줄어들진 미지수라는 점이다. 이미 10년 전 이동통신 3사가 점유율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보조금 경쟁에 나선 것과 달리 포화 상태인 현 시장 환경에선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경쟁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통법 폐지는 정부가 그간 통신과점 해소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알뜰폰 활성화 정책과도 대척점에 있다. 정부 요구로 이동통신 요금제는 더 저렴해지고 세분화하는 가운데 유통대리점의 추가 지원금까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전날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폐지 전 시행령 개정부터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전면 폐지에 상당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우선 시행령 개정을 통해 빠르게 지원금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역차별 해소 방안은 아직 전무하다. 혼란한 틈을 타 '공짜폰', '갤럭시 대란' 등 자극적인 단어를 담은 허위광고도 쏟아지는 모양새다. 일부 정치권에선 단통법 폐지가 '총선용 포플리즘'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과거 호갱 없애자고 만든 단통법이 또 다른 호갱을 양산한 것처럼 빠른 법 폐지에 집중하기보단 소비자와 시장 보호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