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5일(수)



[김성우 칼럼] 분산에너지 활성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25 09:39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세계 8위의 전력소비국인 우리나라는 전기를 생산하는 곳과 소비하는 곳이 다른 편이다. 발전소의 대부분이 해안가에 있는데, 전력수요는 수도권과 영남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전력자급률이 9%에 그치는 데 비해 충남은 215%로 지역간 수급 불균형도 심하다. 게다가 주민수용성과 보상비용부담 등으로 전기를 다른지역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망 건설도 녹록치 않아, 전기를 생산한 지역에서 직접 소비하는 분산에너지가 필요하다. 전기는 마치 만든 후 바로 먹지 않으면 상하는 음식과 같아서, 생산지에서 멀리 보내거나 저장했다가 소비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에 분산에너지 활성화와 균형 있는 전력수급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에너지법)이 2023년 6월 제정됐다. 그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세부사항이 위임된 하위법령안을 같은해 12월 입법예고해 2024년 1월 29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쳤다. 현재는 관계부처 협의 중으로 오는 4월 법제처 심사 후 6월 14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이는 전력직접거래확대, 전력신산업활성화, 청정에너지입찰개설 등 올해 시도되는 다양한 전력시장 개선의 일환이다.


분산에너지법 하위법령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 보면, 분산에너지의 범위를 자가용전기설비, 발전설비용량 4만kW 이하의 발전설비, 법상 기준을 충족하는 열 에너지 등으로 구체화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는 모듈당 발전설비용량 30만kW 이하의 발전용원자로를 활용하는 경우에 한하여 분산에너지사업으로 규정했고, 신재생에너지사업은 수소에너지·연료전지 또는 재생에너지를, 연료전지발전사업은 수소·암모니아·기타 수소화합물을 이용하는 경우 분산에너지사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또한 분산에너지 의무설치자도 연간 20만MWh 이상의 에너지 사용이 예상되는 신축·대수선 건축물의 소유자, 개발사업 등의 면적 100만㎡ 이상인 사업의 시행자 또는 관리자로 구체화했다. 의무설치자가 의무설치량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그 부족분에 분산에너지설비 설치단가의 100분의 150을 곱한 금액 이하의 과징금 조항도 담겼다.




한편 전기판매사업자와 계약전력 10MW 이상 신규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자 등을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실시하여야 하는 사업자로 규정해 전기품질 및 전력계통의 신뢰도 유지 가능 여부, 전기 공급을 위해 필요한 전력설비 보강 난이도, 계통영향 최소화 방안 마련 여부 등의 평가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더욱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내에서는 자가용 전기설비를 통해 생산한 전력의 50% 미만은 분산에너지사업자와 전력을 거래할 수 있고, 저장전기판매사업자가 분산에너지특화지역 내에 전기저장장치를 설치하는 경우 발전설비를 설치한 것으로 보며, 분산에너지사업자가 배전설비를 설치해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규제 특례도 만들었다.


분산에너지법 시행으로 분산에너지의 활용 및 거래가 활성화되면 분산에너지를 활용한 사업모델이 다각화되고 분산에너지사업자들의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자는 분산에너지 의무설치량 산정에 필요한 지역별 비율 등 하위법령의 후속절차로 이루어지게 될 세부 설계를 주시할 필요가 있고, 설계자는 사업자의 경쟁력 확보가 지속가능성을 가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으로 새로 도입되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로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사업자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바, 향후 산업부 고시로 도입될 세부 평가기준뿐만 아니라 전력계통영향평가 업무를 담당할 한국전력공사의 구체적인 실무 동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글로벌 씽크탱크인 에너지전환위원회(Energy Transitions Commission) Adair Turner 의장은 탄소중립과 전력수급을 고려할 때 전세계 송전망을 2050년까지 7000만km에서 2억km로 증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처럼 비상시에도 다른 나라로부터 전기를 빌려올 수 없고, 송전망 건설을 위한 주민 합의가 어렵고, 현재 발전소와 수요지역이 달리 위치한 상황에서, 분산에너지 활성화는 선택이 아니다. 이것이 다른 나라와 사정이 다른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분산에너지법의 함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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