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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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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밸류업 프로그램 日과 다른점은 ‘자율성’… 증권업계는 ‘실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2.26 10:02
밸류업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외국에 비해 낮은 주주 환원율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가치 저평가)'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일본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도입으로 이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주요국 상장기업 10년(2014년~2023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우리나라는 평균 PBR이 1.04배로 신흥국 평균 1.58배에 못미친다. 특히 미국(3.64배), 일본(1.40배)를 비롯해 대만(2.07배), 중국(1.50배)보다도 낮다.


이같은 저평가요인은 우리 기업의 자본효율성(자기자본이익률, ROE)이 주요국 대비 낮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본 활용(배당)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10년 평균 ROE는 8.0%로 신흥국 평균인 11.1%보다 낮다. 미국은 14.9%에 달하며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대만 역시 13.6%에 달한다. 중국과 인도는 9.3%, 13.8%로 우리보다 높다. 주주가치 배당성향 또한 10년 평균 26.0%로 신흥국 평균인 39.6%를 크게 밑돈다. 미국은 42.4% 대만은 55.0%에 달한다.



일본 밸류업 프로그램과 차이는?

이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공시하도록 한다는 측면에서는 일본 사례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우리 기업 현황에 맞게 가이드라인을 보완하고 다양한 인센티브와 지원체계를 통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적극 지원한다는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강제성이 없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실망이라는 분위기가 크다.


앞서 지난 2022년 4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증시 부양을 위해 '시장체제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기존 5개 시장에서 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 등 3개 시장으로 통합해 재출범했다. 이후 시장체제 개편의 후속 조치로 지난해 3월 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기업들에 구체적인 이행목표를 담은 주가 부양안을 요구했다.




세부안을 살펴보면 프라임·스탠다드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자본효율성을 매년 점검해 미흡한 부분에 대해 주가를 올릴 수 있는 개선 계획과 진행상황을 공시하도록 요청했다. 또 제도 이행이 미흡한 상장법인은 개별 지도를 실시하고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 내용을 공시할 것을 요구했다. 글로벌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영문 공시를 확대할 것을 독려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와 더불어 신규 지수와 ETF 등도 출시했다. 지난해 7월 프라임 시장 내 시가총액 상위 500개 상장사 중 자본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이 높은 150개 기업으로 구성된 'JPX 프라임 150 지수'를 출시했으며 이를 추종하는 'ifree JPX 프라임 150 ETF'를 지난달 상장했다.


일본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시된 이후 외국인의 일본 증시 유입이 급증했고 초반 강세장이 형성됐다. 일본 기업들 역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 회계연도 기준 일본 상장기업 2350개 기업들의 배당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15억7000만엔(약 144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8년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도요타는 지난 2015년 8%였던 자사주 비율을 20%까지 확대했으며 오는 4월까지 자사주 6000만주를 추가 매입할 계획을 밝혔다"며 “도쿄 증시에 상장된 1800개 기업 중 PBR 1배 미만인 기업의 비율은 51%에서 44%로 하락하는 등 만년 저평가 기업들도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저평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증권업계는 '다소 아쉬워'… 시장은 '실망 매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도입 소식이 알려지면서 증권업계는 기대감을 드러내온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서 성공여부를 장담하기 힘들어 보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가 증시를 움직이는 재료로 작용했는데 이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정책에 대한 낙관론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라며 “만약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실망심리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세부안 중 가장 중점적으로 볼 부분은 금융당국이 상장기업에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책을 강제할 수 있는지 여부"라면서 “일본처럼 PBR 1배 달성을 위한 방안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밸류업 기대로 주가가 오른 업종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지만 기업 자율에 맡기는 권고 형태로 꾸려진다면 차익매물이 나올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밸류업 프로그램 논의 이후로 한국 증시에 대규모로 들어온 외국인이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중장기적 계획이라 좋고 일본과 비슷한 결로 가서 좋다"면서도 “대신 우리 시장에서 기대하던 자극적 당근과 채찍은 없는 건 아쉽다"고 말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이 발표되자 투자자들은 그간 저PBR 수혜주들을 집중적으로 매도하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46분 기준 유가증권 시장에서 보험업종은 -5.52%를, 금융업(-4.03%), 증권(-2.96%), 유통업(-2.86%) 등도 크게 빠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긴 호흡으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지켜봐 주고 성원해 달라"며 “정부도 세제 개선과 상법 개정 등 추가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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