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키움증권이 대형 건설사가 관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며 적극 참여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융당국의 규제에도 불구, 투자은행(IB) 역량을 키워 향후 초대형 IB로 향하는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단 키움증권이 작년 차액결제거래(CFD)·시세조종 등 홍역을 치른 상황에서, 우량 딜에 집중한다고 고려하더라도 PF 확대라는 잠재적 리스크를 추가로 안는 것은 위태롭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GS건설·제일건설이 송도에 짓는 대규모 주거단지 '자이풍경채 그라노블' 사업의 시행사가 6000억원의 사업비 조달에 성공했다. 증권사 중에서는 하나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PF 주관사와 대주단으로 참여한 가운데, 키움증권도 무려 2500억원을 집행해 본 PF에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키움증권은 앞서 롯데건설이 조성한 2조3000억원 규모 PF 펀드에도 중순위로 참여, 2000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증권사 중에서 가장 많은 금액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는 9100억원 PF 규모 신길동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에도 3000억원 투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키움증권은 본래 전통적인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강자로써 회사 규모에 비해 IB 비중은 작은데, 올해 들어 굵직한 대형 PF 딜 여럿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미 오랜 기간 PF 사업을 영위해 일정 수준 익스포저를 이루고 있는 타 증권사와 달리, 키움증권은 기존 익스포저 비중이 크지 않아 오히려 적극적으로 PF 대출을 집행할 수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융당국의 PF 제동으로 각 증권사가 PF 딜 수임을 꺼리는 것은 키움증권의 '틈새시장' 공략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모양새다. 이는 올해 새로이 키움증권의 지휘봉을 잡은 엄주성 대표의 과감한 결단에 의한 것으로, 올해 초대형 IB 인가 신청에 앞서 역량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PF를 하던 증권사들도 지금은 임원, 대표 선에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수임을 허락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대형 건설사가 진행하는 우량 딜이라는 점도 키움증권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단 업계 일각에서는 적잖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작년 키움증권이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미룬 것은 CFD 및 시세조종 등 사건에 연루돼 당국·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영향이 크다. 동시기 다른 증권사들도 PF 리스크로 신뢰가 다소 하락한 가운데, 키움증권이 PF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또 다른 리스크를 안는 결과밖에 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초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키움증권을 증권주 가운데 최선호주로 내세운 것은 올해 금리 하락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로 혜택을 볼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타 증권사보다 낮은 PF 익스포저가 강점으로 꼽혀서다.
올해 실적에 충당금 리스크가 대폭 커진 것도 문제다 이미 키움증권은 작년 3분기까지 CFD 및 PF 관련 충당금으로 910억원을 쌓았으며, 4분기에는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발생한 대량의 충당금으로 277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우량 딜이라고는 하지만 추가적인 충당금 발생 요인을 가져오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으로 비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이미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각 금융기관에 엄격한 충당금 적립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이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길 바란다"며 “사업 기간이 긴 만큼 직접적인 손실에 의한 단기 리스크 우려는 적다"고 밝혔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규모에 비해 PF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증권사로 꼽히는데, 그럼에도 기존 실행됐던 일부 PF대출 건에 대해 해 셀다운을 실시해준히 리스크 관리를 해왔다"며 “이번에 참여한 딜처럼 앞으로도 우량 사업장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