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정기주주총회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주주연대가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주주연대는 대표 선출 및 적극적인 의견 개진, 그리고 행동주의 펀드와의 소통까지 나서며 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6일 김도진 삼성물산 주주연대 대표는 에너지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회사의 주가가 정상적인 수준에서 거래되며 지속적인 주주 환원과 투자 활동으로 주당 순자산 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요 지표가 정상 범위에 있을 때는 잉여현금흐름(FCF) 기반의 배당정책이 적합할 수 있으나, 삼성물산은 9년 이상 이어진 지배주주의 법적 문제와 주주 환원 부재로 주가가 크게 저평가된 상태"라면서 “현재 사내 유보금이 16만% 쌓인 상황에서 적절한 주주 환원책이나 투자 없이 FCF만을 배당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오는 3월 15일 오전 9시 서울특별시 강동구 상일로6길 26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 1층 국제회의장에서 제6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60기 재무제표 및 배당 승인 △자기 주식 소각 승인 △이사선임 승인 등의 건이 부의됐다.
주목받는 건은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배당 정책 내에서 최대 지급률인 관계사 배당수익의 70%를 재원으로 하는 보통주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 배당을 안건으로 부의했으나 시티오브런던 등 행동주의 펀드 연합은 각각 4500원, 4550원씩 배당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들은 자사주 소각 대신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장내 매입도 요구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배당금 산출 기준은 잉여현금흐름(FCF)이다. 이는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중에서 세금,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을 의미한다. 이번 정기주총 때 삼성물산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잉여현금흐름의 49%를 배당하려 한다.
주주연대는 FCF를 기준으로 배당하기 전에 높은 유보금 수준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FCF를 제외하고, 대한민국 상장기업 중 가장 높은 유보금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면서 “먼저 과도하게 쌓인 유보금을 청산한 후에야 FCF를 기준으로 한 주주 환원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배당 수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김 대표는 “과거 2015년 6월 30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긴급 기업설명회를 열고, 통합된 삼성물산의 배당성향을 30%까지 확대하여 2020년까지 주당 배당금을 4800원으로 증가시키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러나 실제로 삼성물산이 제안한 최근 배당은 주당 2500원대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6.8%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성향은 18.41%에서 15.35%로 감소했으며, 시가 배당률은 단 0.1%p 오르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2015년 6월 30일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긴급 기업설명회가 개최된 날이다. 이 날 양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승인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삼성물산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약속했다.
당시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게 삼성물산을 저평가시켰다는 지적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법적 문제로 커졌다. 2020년 9월 검찰은 이 회장 등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양 사의 합병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이달 초 1심 결과가 나왔는데 이 회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고, 검찰은 항소한 상태다.
주주연대는 효과적인 의견개진을 위해 시티오브런던 등 글로벌 해지펀드와의 소통에도 나섰으며 앞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는 글로벌 헤지펀드의 움직임을 감지하자마자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연대를 요청했다"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내기 위해 더 많은 지분을 결집하고, 주주권리를 공격적으로 주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물산은 헤지펀드의 배당 규모 확대 등이 담긴 주주제안에 대해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심사숙고 끝에 수립한 3기 주주환원정책을 크게 초과하는 내용으로 경영상 부담이 되는 규모"라면서 “주주제안상 총 주주환원 규모는 1조 2364억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지난해와 올해 삼성물산의 잉여현금흐름 100%를 초과하는 금액이며, 이러한 현금 유출 시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 확보가 어렵게 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김도진 주주연대 대표와의 일문일답.
△삼성물산 주주연대 대표를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처음에는 평범한 소액주주로서 9년간 장기투자를 해오며 버텨왔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오랫동안 주가가 정체되어 있고, 회사의 실질적 가치에 비해 심각하게 할인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액주주들의 모임조차 없어 직접 주주연대 대표로 나서게 됐다.
△삼성물산의 배당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고자 한다. 삼성물산의 배당정책을 FCF로 기준 삼는 것은 적절한가?
-회사의 주가가 정상적인 수준에서 거래되며 지속적인 주주 환원과 투자 활동으로 PBR/ROE 등 주요 지표가 정상 범위에 있을 때는 FCF 기반의 배당정책이 적합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경우, 9년 이상 이어진 지배주주의 법적 문제와 주주 환원 부재로 주가가 크게 저평가된 상태다. 현재 유보금이 16만% 쌓인 상황에서 적절한 주주 환원책이나 투자 없이 FCF만을 배당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이 계산에서 제외됐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산정되었는데,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높은 미래 가치를 삼성그룹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합병 후, 삼성물산은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조 단위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 제고와 주주 환원에 필요한 재원이 유출됐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하고 주주 제안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삼성물산은 관계사 배당수익 70%를 재원으로 주당 2550원(우선주 2600원)을 결의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매우 실망스럽다. 삼성물산은 지주회사로 분류되지 않아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체 사업의 사상 최고 실적에도 불구하고 오직 관계사 배당수익에만 의존해 재배당하는 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 과거 2015년 6월 30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긴급 기업설명회를 열고, 통합된 삼성물산의 배당성향을 30%까지 확대하여 2020년까지 주당 배당금을 4800원으로 증가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로 삼성물산이 제안한 최근 배당은 주당 2500원대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6.8%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성향은 18.41%에서 15.35%로 감소했으며, 시가 배당률은 단 0.1%p 오르는 데 그쳤다.
△삼성물산은 헤지펀드의 주주제안은 총 주주환원규모가 23년과 24년 삼성물산의 FCF 100%를 초과하기에 난색을 표한다.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FCF를 제외하고, 대한민국 상장기업 중 가장 높은 유보금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먼저 과도하게 쌓인 유보금을 청산한 후에야 FCF를 기준으로 한 주주 환원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물산의 주주환원 3개년의 주주정책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삼성물산은 △관계사 배당수익의 60~70% 수준을 환원하고 △자사주를 5년간 분할 소각하며(이번 공고 기준으로는 3년)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 확대 등을 선언했다.
-자체 사업 실적에 대한 배당이 왜 이루어지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이 한 번도 없었다. 자사주를 5년에서 3년으로 분할 소각하는 것을 앞당긴 것도, 왜 즉시 소각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해외에서는 자사주 취득 즉시 소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삼성물산이 왜 이를 주주 환원으로 보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약속에 대한 소통 없이 주주 환원의 한계를 주장하는 것은, 변변한 주주 환원을 받아보지도 못한 채, 근 10여 년간 기다려온 소액주주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우선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주주들과 숫자로 공유한 후에 논의되어야 한다.
△향후 삼성물산의 궁극적인 적정 배당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삼성물산의 우선 목표는 PBR과 ROE, 유보금이 글로벌 기업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예: 애플 PBR 40배, ROE 156% 대비 삼성물산 PBR 0.6배, ROE 5.6%). 이후, 애플처럼 90%의 주주 환원이 미래 투자를 고려할 때 어렵다면, 적어도 50% 정도의 주주 환원율을 목표로 하는 것이 삼성물산에 적합하다고 본다.
△자기주식소각의 건에 관해 묻고자 한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2월 “5년간 자사주 소각을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이번 발표에서는 “3년간 전량 소각하겠다"고 내용을 구체화했다. 이 발표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즉시 자사주를 소각해야 한다. 3년에 걸친 자사주 소각 계획의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현재 소각 중인 자사주는 합병 시 발생된 일성신약등의 주매청이나 경영 활동을 통해 저절로 취득된 것이지, 주주 환원 목적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 아니다. 9년간 보유 후, 3년에 걸쳐 소각한다는 계획은, 주주 환원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다가 마지못해 나누어 소각하는 것으로 비쳐 매우 실망스럽다.
△삼성물산 주가에 관해 묻고자 한다. 삼성물산 주가에 대한 장·중·단기 평가를 듣고 싶다.
-2015년 9월 15일 제일모직과 통합 후 재상장 당시 삼성물산 주가는 16만3000원이었습니다. 이는 장기 주가 평가에 모든 것을 말해준다.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주가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2023년 주가가 9만원대까지 떨어졌던 최악의 상황에서, 헤지펀드의 주주 제안과 정부의 저PBR 정책 기대감으로 단기적 회복이 보이긴 하지만, 회사의 주주 환원 의지가 없으면 다시 최악의 상황으로 돌아갈 우려가 있다.
△삼성물산은 주가 부양 의지가 있다고 보는가? 아니면 주가 부양 의지를 제고해야 한다고 보는가? 외부에서 느끼기에 삼성물산이 주가 부양 의지가 있다면 어떤 정책이나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삼성은 기술 개발에서의 초격차 실현이나 합병 과정에서의 방어 작전처럼, 목표 달성을 위해 강한 의지를 보이며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임원진, 직원, 주주, 정부, 국민연금과 때로는 KCC와 같은 백기사까지 동원해 성공을 이끌어낸다. 이는 삼성이 충분한 동기만 있다면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을 가진 기업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10년에 걸친 주가의 청산가치 이하 문제에 대해 삼성은 지금까지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며, 외부에서 볼 때는 주가를 부양하려는 의지보다는 마치 주가 하락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가를 부양하고자 한다면, 명확한 주가 목표와 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이는 모호한 답변이 아니라, 구체적인 숫자로 이루어진 목표와 투자 재원 활용 계획을 포함해야 하며, 이어서 글로벌 표준에 맞는 주주 환원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또한, 합병 당시 경영진이 한 약속의 이행 가능성과, 만약 이행하지 못할 경우 그 이유에 대해 주주들과 공개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주주연대 활동 방향이 궁금하다. 다른 주주연대와 달리 삼성물산은 시가총액이 크다 보니 주주제안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기 위해선 지분율 결집이 필요하다. 지분율 결집을 적극적으로 할 방침인가?
-삼성물산의 경우, 시가총액의 크기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결집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소액 주주들의 지분율은 약 14%에 달하며, 이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비율이다. 따라서, ACT와 같은 효율적인 소액주주 결집 플랫폼을 활용하여, 단기적으로는 1%의 지분 결집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직접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네이버 종목토론실, 유튜브 등 다양한 SNS 플랫폼을 통해 개인 및 소액주주들의 연대를 강화하고자 한다.
△이번처럼 글로벌 해지펀드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주주연대 활동 방향으로 잡은 건 신선하다. 이렇게 한 배경이 있는가?
-삼성물산에 투자한 경험은 주로 분노와 좌절, 그리고 깊은 무력감으로 요약된다. 우리는 글로벌 헤지펀드의 움직임을 감지하자마자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연대를 요청했다. 현재로서는 소액주주의 결집된 지분율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지만, 여론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우리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내기 위해 더 많은 지분을 결집하고, 주주권리를 공격적으로 주장할 계획이다. 소액주주들이 단결하면 변화는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